이준혁 기자의 생생헬스
수액 주사도 웰빙 열풍…건강상태 따라 처방 다르다는데
혈관 직접 투여로 효과 빨라…미백효과 '비욘세주사'도 인기
자주 맞으면 설사·복통 유발
당뇨병 환자는 고혈당 위험…심폐 기능 약할땐 폐부종 우려
제대로 된 효과 보려면 의사에게 몸 상태 알려줘야
[ 이준혁 기자 ]
혈관을 통해 영양제를 공급하는 ‘영양 수액주사’ 열풍이 거세다. 예전에는 감기 몸살이 심하거나 배탈이 나 기운이 하나도 없으면 병원에서 수액주사를 권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마늘주사’ ‘신데렐라주사’ 등 기력 증강과 숙취 해소, 미용 등 다양한 종류의 수액주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수액이 링거에서 뚝뚝 떨어지는 걸 보면 마치 심각한 병에 걸린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약이 다 들어간 뒤에는 몸이 가뿐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만능 영양제로 불리는 수액주사는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웰빙주사 인기
‘영양주사’를 애용하는 사람들은 기력이 약한 노인들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40~50대는 물론 젊은 층에서도 1~2주에 한 번씩 영양주사를 맞으며 체력을 유지한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남성 직장인들은 숙취나 피로를 단시간에 해소하기 위해, 여성들은 더 예뻐지는 방법으로 수액주사를 맞는다.
수액주사 효과를 제대로 보고 싶다면 의사에게 ‘어제 술을 마셨다’거나 ‘식욕이 없다’는 등의 증상을 제대로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사에게 자신의 건강상태가 어떤지 설명하면 그에 맞는 수액주사를 처방해준다. 병원에 가서 “요즘 피곤하고 힘이 없어서 수액주사를 맞고 싶다”고 말하면 십중팔구 전해질 균형을 맞춰주는 기초수액에 비타민을 섞어 처방해준다. 하지만 이렇게 맞은 수액 성분은 대부분 우리 몸에 부족하지 않은 성분이라 그대로 소변으로 배출되기 쉽다. 자신의 몸 상태에 맞는 영양을 가끔씩 보충하기 위해 영양수액주사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숙취 심할 땐 비타민주사
식욕이 없어 밥을 잘 못 먹고 힘이 없다면 3대 영양소를 균형 있게 제공하는 ‘3-채임버수액’을 맞는 것이 좋다. 3-채임버수액은 탄수화물 30~60%, 단백질 10%, 지방 30~60%로 3대 영양소가 적절하게 배합된 수액주사다. 저(低)영양 상태, 저(低)단백혈증, 수술 전후 등 다양한 상황에서 처방된다. 아미노산 수액주사도 좋다. 우리가 흔히 ‘영양주사’라고 부르는 것으로 식사를 잘 못할 때 단백질을 효과적으로 보충해준다.
과음 후 숙취가 심하거나 피로할 때는 기초수액(생리식염수와 포도당 수액)이나 비타민주사(비타민B나 C, 미네랄을 섞은 주사)를 맞으면 빠르게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과음하면 알코올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수분이 소비돼 탈수 상태가 된다. 음주 후 갈증을 느끼는 이유인데, 이때 수액주사를 맞으면 부족했던 체내 수분이 보충돼 알코올 분해가 잘된다. 100mL 용량은 30분 정도면 모두 투여받을 수 있다.
만성피로에는 마늘주사(비타민B를 섞은 수액)가 인기다. 마늘주사는 주사를 맞는 동안 마늘 냄새가 난다고 붙여진 이름이지만 비타민 주사의 한 종류다. 비타민B1을 마늘의 알리신 성분과 결합해 만든다. 근육과 신경의 기능을 활성화하고 신진대사를 높여 피로 해소를 돕는다.
‘신데렐라주사’ ‘백옥주사’
최근 강남권의 유명 성형외과·피부과에서는 ‘신데렐라주사’ ‘백옥주사’ 등이 유행이다. 20~30대 여성들이 많이 찾는다. 이 중 백옥주사는 강남 일대에서 일명 ‘비욘세주사(흑인 가수 비욘세가 정기적으로 맞아 미백효과를 봤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라고 불린다. 항산화 기능으로 활성산소를 억제하거나 제거해주는 글루타치온이라는 성분에 비타민·무기질 등을 적절히 배합했다. 피부 미백과 피로 해소를 동시에 가져오는 효과가 있다.
신데렐라주사는 정력보강주사라 불리는 수액주사다. 몸속에서 열에너지를 생성해 체지방 증가를 막고 노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α-리포산’을 주사하는 것이다. 비타민 C·E의 400배에 달하는 항산화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맞으면 안되는 사람도 있어
무심코 맞은 수액주사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신장이 나쁜 사람이 무분별하게 수액주사를 맞으면 소변이 정상적으로 걸러내지 못해 신장 기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심폐 기능이 떨어진 사람 역시 정상인과 같은 속도로 수액주사를 맞으면 갑자기 늘어나는 체액 때문에 심부전이 악화되거나 폐부종이 생길 수 있다. 당뇨병 환자는 포도당 수액이 혈당을 빠르게 올릴 수 있으니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다.
의료계 일각에선 비타민B나 C가 부족하지 않은 사람이 비타민주사를 맞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오히려 영양 과잉이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재욱 유재욱재활의학과 원장은 “고함량 비타민 등을 첨가하는 영양주사는 혈관에 직접 투여돼 빠른 효과를 보이지만 비타민을 과다 섭취하면 설사나 복통, 요로결석 등 독성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평소 비타민을 꾸준히 먹는 사람이 비타민주사를 자주 맞게 되면 과잉 섭취로 인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도움말=유재욱 유재욱재활의학과 원장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