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커스
"금감원 중단조치, 명분도 효과도 없었다"
[ 박신영 기자 ] 금융감독원이 한때 국내 중국계 외은지점의 위안화예금 판매를 중단시키자 이에 따른 풍선효과로 금리가 비슷한 이들 은행의 달러화예금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금감원의 규제 효과도 없었을 뿐더러 명분도 부족했다고 설명한다.
위안화예금 판매를 중단시킨 것은 중국 현지에서의 운용비중이 커 부실위험이 높다는 이유 때문이었는데, 달러화예금 또한 80%가량 중국 현지에서 대출 자산으로 활용되고 있어서다.
게다가 중국 현지에서 운용비중이 높기 때문에 부실 위험이 크다는 금감원의 의견도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으로부터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금감원이 과도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는 평가다.
○달러화예금 석 달 새 두 배 급증
중국·건설·공상·교통·농업은행 등 중국계 외은지점 5곳의 달러화예금은 2013년 말까지 25억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 1월께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지난 3월 말에는 50억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중국계 외은지점의 달러화예금을 기초자산으로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해 인기를 끌어서다. 달러화예금 전단채의 금리는 연 3% 초반대로 연 2%대에 불과한 국내 시중은행 수신금리보다 높다.
달러화예금 전단채 발행은 금감원의 위안화예금에 대한 판매중단 조치가 내려지면서 급격하게 늘었다.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위안화예금을 바탕으로 한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을 발행해 인기를 끌었다. 위안화예금 ABCP 상품 금리도 연 3.3~3.5%로 높은 수준이다. 2012년 말 1억7000만달러에 불과했던 위안화예금 규모는 지난 3월 말 78억9000만달러로 폭발적으로 커졌다.
금감원은 이처럼 위안화예금이 급증하자 판매 중단 조치를 내렸다. 위안화예금 중 중국 현지에서의 자금 운용 규모가 80% 수준이고, 이 중 상당수가 기업여신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중국의 경기 상황이 안 좋아져 기업들이 부실해지면 한국 투자자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제를 위한 규제’에 불과
전문가들은 금감원의 위안화예금 중단 규제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어차피 중국계 외은지점들이 달러화예금도 70~80%가량 중국 현지에서 운용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금감원은 지난 10일 위안화예금 급증세가 완화됐다는 이유로 위안화예금 판매를 재개시켰다.
게다가 금감원과 달리 한은, 기재부 등은 중국계 외은지점의 달러화·위안화 예금 모두 부실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분석한다. 오히려 금감원의 규제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중국계 외은지점이 달러화와 위안화 등 한국에서 받은 예금을 중국 현지기업에 직접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중국 본점과 차입거래 형식으로 운용하고 있어서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국내 중국계 외은지점이 중국 현지 기업에 대해 직접 대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이 아닌 중국 현지 은행들의 부실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며 “중국 현지은행들도 대부분 중국정부 지분이 절반 이상 되기 때문에 부실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한국 금융당국에 대한 이미지만 안 좋아졌다는 평가다. 한 중국계 은행 관계자는 “외국 은행들 사이에는 한국 금융당국의 규제가 과도하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특히 최근 위안화예금에 대한 판매 중단은 금감원이 아무 실익도 얻지 못한 채 ‘규제를 위한 규제’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