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호황은 없다"는 볼커의 경고, 정부는 잘 듣고 있나

입력 2014-02-19 20:29
수정 2014-02-20 05:31
폴 볼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올해 세계 경제를 낙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호황은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이다.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이 주최한 ‘2014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기조연설을 통해서다. 그는 미국 중국 일본 등이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주요 국가들 중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나라는 독일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유로존은 여전히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세계 경제는 겨우 대불황(great recession)에서 회복되는 과정일 뿐이라는 게 Fed를 8년간 이끌었던 세계 경제 거목의 메시지다.

정부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들어야 할 얘기다. 그러지 않아도 정부가 목표로 하는 올 성장률 3.9% 달성이 쉽지 않다는 게 국내외 연구기관들의 평가다. 불길한 징후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기업의 동력이 떨어져 간다는 심상치 않은 신호가 잇따른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2012년부터 국내 간판기업들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강등하는 중이다. 포스코 LG전자 GS칼텍스 현대제철 등 간판기업마저 투자적격 등급을 간신히 유지하는 실정이다. 중국 기업에 밀려 미래 성장력을 의심받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기업의 경영실적 악화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전경련 분석에 따르면 매출 1조원 이상인 148개 상장사의 지난해 3분기까지의 매출은 -0.48%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보다 더 나빴다. 매출액 영업이익률 역시 2009년 6.18%에서 작년 5.72%로 떨어졌다. 이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밖에 없다는 한탄의 소리가 산업계를 지배하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가 어제 경제장관회의에서 “향후 3~4년이 한국 경제에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고 우려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런 위기의식이 반갑게 들릴 정도다. 갈 길이 멀다. 당장 통상임금 확대, 근로시간 축소 등으로 노동비용은 다락같이 올라가게 생겼다. 국회와 정부는 마치 자동인형처럼 지금도 새로운 규제를 찍어내고 있다. 다음주 발표한다는 경제혁신 3년 계획부터 두고볼 것이다. 긴장감과 경제살리기 의지가 분명하게 담겨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