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 칼럼] CJ E&M 불공정거래 조사의 그늘

입력 2014-01-15 07:27
수정 2014-01-15 07:27
CJ E&M 주식 불공정거래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금융당국이 최근 조사 대상을 국내 모든 증권사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로 확대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애널리스트 조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주가조작 근절’ 특명을 내린 뒤 지난해 9월 출범한 자본시장조사단이 주도하고 있는 첫 번째 불공정거래행위 조사다.

이미 20여명의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종 애널리스트들을 줄소환해 조사를 벌인 바 있어 금융당국의 이 같은 저인망식 조사방식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인터넷 메신저 내용은 물론 개인 휴대전화 통화기록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해졌다. 각 증권사의 서버에 저장된 메신저 내용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개인 휴대전화 통화기록은 법원의 허가 없이는 접근할 수 없는 개인정보다. 임의제출 형식이라도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금융당국이 모든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통화기록까지 요구한 것은 우리 모두를 예비범죄자로 몰아가는 것"이라며 "극심한 증권업황 부진에다 아무 상관없는 금융당국의 고강도 조사까지 겹치면서 개인적으로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는지 회의가 든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0월 코스닥 상장사 CJ E&M이 저조한 분기실적을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만 미리 귀띔해 주면서 시작됐다. 이들 애널리스트들은 친분 있는 몇몇 기관투자가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려줘 손실을 회피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 이 기업 주가는 실적 공시 한 달 전에 급락한 바 있다.

'어닝 쇼크'를 사전에 인지한 기관투자가들은 손절매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했겠지만, 이 같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다른 투자자들은 앉은 자리에서 당한 셈이 됐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의 일탈과 종국적으로 주가조작까지 이를 수 있는 범죄는 끝까지 추적해 발본색원해야 마땅하다.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적대행위이자 금융시장을 좀먹는 일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가뜩이나 위축돼 있는 주식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증권사 리서치 조직 전체를 예비범죄자로 몰아넣는 일은 없어야 한다. 금융범죄를 다룰때 정확한 사전조사와 환부만 정밀하게 도려내는 능력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기회에 증권업계에 관행처럼 벌어지던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사이의 불공정거래를 엄단하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동시에 침체의 늪에 빠진 증권업계를 안정화 시키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 있다.

빈 수레가 요란한 법이다.

한경닷컴 변관열 산업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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