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1조3000억 등
작년 적자폭 커져
현금수지 빡빡해져 <기업어음>
▶마켓인사이트 6월5일 오전 6시8분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배를 만들 돈을 구하기 위해 ‘단기 급전’ 성격인 기업어음(CP) 활용을 늘리고 있다. 선박 인도 시점에 목돈이 들어오기 전까지 돈을 조금씩 자주 빌리는 형태로 자금을 운용해 이자를 몇 푼이라도 아껴보겠다는 의도다. 반면 장기 조달 수단인 회사채 발행은 뚝 끊겼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일시적인 회복세를 보이던 조선사 현금수지가 지난해 다시 큰 폭의 적자를 나타내면서 빡빡한 자금운용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빅3’ CP 발행금액 급증
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3위 조선사인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3일 CP 20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만기는 불과 25일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선박 건조대금이 들어오는 일정에 맞춰 자금을 짧게 조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CP는 회사채에 비해 발행이 간편하고 이자비용이 낮다. 대신 만기가 짧아 일정에 맞춰 자주 발행하고 갚아야 하는 위험이 따른다.
올 들어 대우조선해양의 CP 발행금액 누계는 모두 1조3000억원에 이른다. 금융위기 이후 2010년까지 CP를 단 한 차례도 발행하지 않았지만 2011년 1000억원, 2012년 7000억원 등 CP 활용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국내 2위 조선사인 삼성중공업은 지난 2월 만기 242일짜리 CP 30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삼성중공업의 CP 발행은 전무했다.
국내 최대 조선사인 현대중공업 역시 2010년 현대오일뱅크 인수 이후 2조원 안팎의 CP 발행잔액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조선사들이 부족한 현금을 조금이라도 싼 비용으로 구하기 위해 CP 활용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변정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 9월까지 대형 조선사들이 인도할 선박 중엔 건조대금을 나중에 몰아주는 헤비테일 형태의 계약이 많다”며 “인도 직전에 많은 현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CP 발행 수요가 앞으로도 꽤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장기자금 조달은 종적을 감췄다. 올 들어 ‘빅3’의 신규 회사채는 한 차례도 시장에 나오지 않았다.
○자금조달의 단기화 우려
국내 조선 ‘빅3’는 금융위기 전까지 실질적인 무차입 상태를 유지해왔으나 신규 수주 급감과 헤비테일 방식의 결제 증가로 현금부족이 심해졌다. 이런 상황은 2010년과 2011년 일시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다가 지난해 신규 수주가 급감하면서 다시 악화됐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조선 빅3는 모두 연결재무제표 기준 1조4000억원에서 4조8000억원에 이르는 현금수지 적자를 냈다. 부족한 현금을 메우기 위해 한 번에 5000억원에서 7000억원 규모로 두 차례씩 모두 여섯 차례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신용평가 업계에선 덩치가 큰 우량기업의 CP 활용 확대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장기 자금 일정에 기초해 안정적으로 현금을 운용해야 할 우량기업이 CP를 통한 단기 조달에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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