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잡앤조이=이도희기자]#1병원에서 프리랜서로 기본급과 인센티브로 월급을 받고 있는 A씨는 최근 코로나19로 월급 삭감 통지를 받았다. 주 5일 근무에 토요일도 격주로 근무하는 A씨는 “병원이 월급이 줄어든 것에 대해 동의했다는 동의서를 작성하라는 강요를 받았다”며 “퇴사하려고 해도 프리랜서라 퇴직금도 못 받는다더라. 매일 정해진 때 출근하고 휴가도 마음대로 쓰지 못했는데 퇴직금은 물론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어 억울하다”고 말했다.
#2 코로나 초기인 올 3월, B씨의 회사는 매출 감소를 이유로 직원을 해고하면서 “사직서를 쓰지 않으려면 연봉 50% 삭감 계약서에 서명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B씨는 어쩔 수 없이 삭감된 월급을 받고 있다가 최근 다시 회사로부터 퇴사 권고를 받았다.
△ 코로나19와 직장생활 변화 조사결과. (사진=직장갑질119)
코로나19가 본격 시작한 올 1월부터 지난 8개월 간 실직을 경험한 직장인이 15.1%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3개월간 정규직은 실직 경험이 0.3% 늘어난 데 비해 비정규직은 5.0% 증가했다.
민간 공익단체 직장갑질119가 2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스페이스 노아에서 ‘코로나 노동난민은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일자리 보고서를 발표했다.
직장갑질110는 9월 이달 7일부터 10일까지 4일간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19세~55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와 직장생활 변화 3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올 4월 1차 조사, 6월 2차 조사에 이어 세 번째다.
‘지난 8개월 본인의 의지가 무관하게 실직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15.1%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2차(12.9%) 조사결과보다 늘어난 수치다. 실직 경험은 비정규직(31.3%)이 정규직(4.3%)보다 7.3배 높게 나타났다. 2차 조사에서도 비정규직의 실직 경험이 26.3%로 정규직(4.0%)보다 6.6배 높았는데, 3개월 동안 정규직은 실직 경험이 0.3% 늘어난 데 비해 비정규직은 5.0% 늘었다.
△코로나19와 직장생활 변화 조사결과.(사진=직장갑질119)
지난 8개월 간 ‘비자발적 휴직’ 경험자는 18.4%였는데 비정규직(31.3%)이 정규직(9.8)에 비해 3.2배 높았다. 이들중 60.9%는 휴업수당을 받지 못했고 그나마 휴업수당을 받은 응답자 중 11.4%는 법정 휴업수당보다 적은 금액을 받았다고 답했다. 비정규직은 73.6%가 휴업수당을 받지 못했다. 이유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해서(34.6%)’, ‘5인 미만 사업장이어서(31.6%)’, ‘회사에 무급휴업 동의서를 제출해서(15.8%)’ 순이었다.
‘코로나블루’도 심각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이 심각하다’는 응답률이 40%에 달했다. 1차(25.9%), 2차(32.8%) 조사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1차 조사 결과에 비해 1.5배 늘었다. 우울감이 심각하다는 응답자도 전체의 19.2%로, 1차(12.6%)와 2차(14.4%)보다 많아졌습니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일자리 위기에 대한 대응을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51.9%가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정부에 대한 평가는 남녀, 업종별, 임금별 편차가 크지 않았다.
이날 발표자로 참석한 조돈문 가톨릭대 사회과학부 명예교수는 “사용자 신고 기피에 대한 처벌수준을 강화하고, 노동자 자율신고제를 활성화할 전향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조돈문 교수는 “사회보험료 지원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기존의 고용보험법, 최저임금법, 근로기준법은 고용보험 미가입 비정규직 등 노동시장 취약집단들을 노동기본권 사각지대로 방치하고 있다”며 “법제도 및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 교수는 또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은 노동관계법도 정부도 아닌 노동조합”이라며 “현재의 노동관계법들은 특정 임금노동자 범주를 법적 보호에서 배제하는 규정들을 포함하고 있는데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취지에 반한다는 점에서 즉각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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