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러, 유럽·美로부터 고립…경제는 붕괴 직전"

입력 2026-06-09 17:56
젤렌스키 "러, 유럽·美로부터 고립…경제는 붕괴 직전"

가디언 인터뷰…러 국제적 영향력 약화 등 지적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장거리 공격 배경엔 "러 사회, 전쟁 체감하길"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국제적 영향력이 약화하고 러시아 사회에 전쟁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며 4년 넘은 전쟁이 차츰 우크라이나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기대를 드러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공개된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뷰에서 "그들(러시아)은 아제르바이잔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영향력을 잃고 있다"며 최근 러시아가 국제 무대에서 몇 차례 정치적 패배를 겪은 사례를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유럽 내 가장 가까운 동맹인 오르반 빅토르 전 헝가리 총리는 지난 4월 총선에서 참패해 물러났다. 몰도바와 아르메니아에서는 친크렘린 성향 후보들을 지원하려는 러시아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들은 유럽 내에서도, 미국으로부터도 고립돼 있다. 그러니 그들은 홀로 남겨진 셈"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장기간의 전쟁으로 러시아 사회와 엘리트층의 불만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지난달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를 키이우에서 직접 만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시 만남과 관련해 "푸틴 주변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 절반은 이 전쟁을 계속하길 원하고 절반은 멈추기를 원한다"며 "그리고 나는 기업인 출신들은 러시아 경제가 끔찍한 상황이라는 걸 이해하고 있다고 본다. 붕괴 직전이다"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아브라모비치를 통해 푸틴 대통령과 직접 회담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하고, 이달 초엔 푸틴 대통령 앞으로 공개서한까지 보냈으나 거절당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 서한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국제경제포럼(SPIEF) 개막일에 맞춰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드론 공습을 퍼부은 이후 공개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을 겨냥해 장거리 공격에 나서는 건 주민들이 전쟁의 의미를 "체감"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전쟁의 승리는 러시아 사회가 전쟁은 끔찍하며, 전쟁이 다른 곳의 누군가가 아닌 바로 자신들에게 닥친 비극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 찾아올 것"이라며 "나는 이것이 바로 전환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향후 군사 작전에 대해서는 언급하길 꺼렸다. 그러나 중장거리 드론 공격을 통해 2014년 러시아에 병합된 크림반도의 탈환은 아직은 멀지만 유력한 카드로 떠올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현재 크림반도의 병참망을 파괴하고, 점령된 우크라이나 남부 전역의 군사 및 에너지 시설을 타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핵심은 중요 인프라다. 이 시설들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군사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며 "우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여전히 방공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을 피력하며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 등 유럽 동맹국들이 협력해 미국산 패트리엇 시스템의 대안을 개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 대가로 우크라이나는 유럽 동맹국들에 러시아와 전쟁에서 쌓은 드론 전쟁 노하우를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도 이에 큰 관심을 보인다. 이는 값을 매길 수 없는 정보이며, 그 양도 방대하다"고 자랑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2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방위 협정을 체결하는 등 드론 외교를 활발히 펼치고 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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