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187만명·선거비 수백억원…'농협직선제' 뭐가 달라지나
현행 선거인단 1천100여명에서 광역단체장급 규모로 '격상'
정부 예산 지원 여부 두고 당정 vs 농식품부 대립
중앙회 수용으로 직선제 도입 가능성 커져…6·3 지선 후 논의 본격화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농협중앙회가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중앙회장 직선제를 전격 수용하면서 조직 안팎의 실질적인 변화와 과제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직선제가 도입될 경우 차기 농협중앙회장 선거부터는 약 187만명의 조합원이 직접 투표권을 행사하게 되며 이에 따라 선거 규모와 중앙회장의 위상 등의 측면에서 지금과는 다른 변화가 예상된다.
◇ 선거 비용 최대 406억원 추산…전남 인구 뛰어넘는 유권자수
25일 농식품부와 농협에 따르면 현행 중앙회장 선거(선거인단 1천110명)와 달리 조합원 직선제가 도입되면 유권자 수가 약 187만명으로 늘어난다. 농협중앙회 조합원 약 204만명 가운데 단위 농협에 중복으로 가입한 조합원을 제외한 수치다.
이는 전라남도 인구(약 177만5천명)보다 많은 수준으로, 광역 행정 체계 내에서도 상위권인 수치다.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광역단체장에 준하는 대표성과 정치적 무게감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투표소 설치, 인력 운영, 홍보물 제작·배포 등 선거 전반에 비용도 급증하게 된다.
현행 조합장 방식의 중앙회장 선거 비용은 약 4천800만원이다.
그러나 조합원 직선제로 전환하면 회장 선거에 중앙회 추산 406억2천만원(위탁선거비 318억8천만원·선거운동비 51억5천만원), 농식품부 추산 170억∼190억원 규모로 비용이 확대된다.
현행 대비 수백 배로 선거 비용이 치솟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강 회장은 지난 21일 조합원 직선제를 수용하는 대국민 입장 발표에서 "과도한 선거비용 부담은 조합원 지원 재원 감소로 이어지는 만큼, 선거 공영제 도입 등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선거 비용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정작 농협 본연의 역할인 농업인 지원 사업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당정이 추진 중인 농협법 개정안에는 선거 공영제 방식의 비용 부담 주체를 중앙회로 명시했다. 농식품부 또한 정부의 예산이 투입되는 방안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농식품부 김세진 농업금융정책과장은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공직선거법이 아니라 위탁선거법에 따른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위탁 주체인 중앙회가 선거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체계적으로 맞는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그러면서도 "중앙회가 조합원 직선제 도입을 수용하면서 사실상 선거 비용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상황"이라며 "추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관련 내용이 변경될 여지가 아예 없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 "유례없는 협동조합 조합원 직선제"…개정안 수정 등 변수 여전
농식품부와 농협에 따르면 협동조합 조합원의 회장 직선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제도다.
일본 전국농협협동조합연합회(JA전농)는 조합장 간선제로 회장을 선출하며 미국, 네덜란드, 덴마크 등의 협동조합 역시 간선제나 호선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직선제를 도입할 경우 선거 과열과 공약 남발 가능성, 자율성 및 정치적 중립성 훼손에 따른 경영 부실 등의 부작용 우려가 나온다.
농협은 그동안 중앙회가 '2차 연합회'(조합원→조합→중앙회) 조직으로, 중앙회 회원인 조합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 조직 원리에 부합한다는 주장을 지속해왔다.
농협중앙회 박성용 개혁추진국장은 "직선제가 참여 확대라는 의미를 갖는 만큼, 기존 연합회 체계와 조합원의 직접 참여 원리를 어떻게 조화롭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새 제도의 성공 여부는 현장의 다양성과 협동조합의 운영 원리를 얼마나 균형 있게 담아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농협중앙회의 조합원 직선제 도입으로 추후 수협중앙회, 신협중앙회, 산림조합중앙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다른 협동조합 중앙회장도 조합원 직선제로 변경하라는 요구가 비등해질 수도 있다.
이 경우 협동조합의 전국 단위 선거가 수시로 실시돼 막대한 선거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또 농협중앙회장은 비상근 명예직이지만, 자산 800조원 규모의 농협경제지주·농협금융지주와 중앙회 산하 33개 계열사의 인사권을 사실상 쥐고 있다.
일각에서는 187만명의 지지를 업고 선출된 중앙회장의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져 외려 지금보다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법치진흥원 이선신 이사장(전 농협대 부총장)은 "정당이 중앙회장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게 될 것"이라며 "농협중앙회장은 지금보다 더욱 제왕적으로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식품부는 6·3 지방선거 이후 국회와 조합원 직선제를 비롯한 농협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와 여론 수렴을 이어간 뒤 법 수정·보완을 검토할 방침이다.
◇ 네 번째로 바뀌는 농협중앙회장 선거제
중앙회장 선거 제도는 1961년 8월 15일 농협 출범 이후 1988년 이전까지 대통령 임명제였다가 1988년 조합장 직선제, 2009년 대의원회 간선제, 2021년 다시 조합장 직선제가 도입됐다.
이제는 선거의 민주성 강화와 부패 방지를 위해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완전 직선제로 네 번째 변화를 앞두고 있다.
대통령 임명제에서 처음으로 바뀐 조합장 직선제는 1988년 당시 민주화의 일환으로 도입돼 1988년부터 2007년까지 14대∼21대 회장 선거에 걸쳐 모든 단위 조합장(1천100여∼1천400여명)이 투표권을 행사했다.
지난 2011년 22대 회장 선거부터 2020년 24대 회장 선거까지는 과도한 비용 지출을 방지하기 위해 대의원(약 290명)만 투표하는 방식으로 축소했다.
그러나 소수 인원이 회장을 선출함에 따라 금품 선거 등의 부정부패가 초래된다는 비판이 지속해서 제기됐다.
이후 2021년에 조합장 직선제를 다시 도입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2024년 25대 선거부터는 전국 조합장 전체(약 1천110명)가 투표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재도입된 조합장 직선제에는 조합원 수가 3천명 이상인 조합의 조합장에게 2표의 투표권을 부여하는 '부가 의결권'도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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