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3천만원 '이창용 초상화' 제작…부총재 갤러리도 새로 조성

입력 2026-05-25 05:59
수정 2026-05-25 08:03
한은 3천만원 '이창용 초상화' 제작…부총재 갤러리도 새로 조성

1960년대 권위주의 시절 관행 재검토 없이 되풀이…내부서도 비판

한은 "주요국 중앙은행도 총재 초상화 만들어"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한국은행이 이창용 전 총재의 공식 초상화를 3천만원 들여 제작 중이다.

거액을 투입해 퇴임 총재의 초상화를 남기는 1960년대 권위주의적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은은 이 전 총재 임기 만료 한 달여 전인 올해 3월 16일 '작가선정위원회'를 소집, 이원희 작가를 뽑고 26일 계약을 체결했다.

이 전 총재 초상화 제작을 맡은 이 작가는 앞서 김영삼·박근혜 전 대통령 등의 공식 초상화도 그렸다.

초상화 완성 예정일은 이달 29일로 이번주 완성품이 배달된다. 제작 비용은 3천만원으로 책정됐다.

한은은 박정희 정권 때인 1968년 전임 총재 초상화 제작을 시작해 초대부터 27대인 이 전 총재까지 모든 총재의 초상화를 전문 작가에 의뢰해 남겨왔다.

제작 비용은 1968∼1970년 30만원, 1972∼1981년 50만원, 1983년 625만원, 1989년 875만원, 1992∼1998년 1천만원, 2002∼2006년 1천250만원, 2010년 1천500만원, 2014년 2천만원 등으로 높아졌고 2018년부터는 3천만원이 '정가'였다.

한은 관계자는 "총재 초상화 제작은 전통"이라며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주요국 중앙은행도 총재 초상화를 제작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자본 특수법인의 대표로 장관급 예우를 받는 한은 총재의 초상화 제작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국내 주요 기관장 중 공식 초상화를 남기는 경우는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등 최고위 헌법기관장 정도에 국한된다. 국무총리나 부총리, 각 부처 장관들의 초상화는 제작하지 않는다.

한은 내부에서도 시대에 뒤떨어진 관행이 재검토 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총재 중심의 권위주의적 조직 문화를 방증하는 '전통'이라는 자조 섞인 비판도 나온다.

한은의 한 직원은 "총재 초상화를 만드는 줄 몰랐다"며 "바깥에서 보면 의아하게 생각할 법도 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조직이 이사회 각 위원을 떠받치는 것과 달리, 한은 조직은 총재를 떠받치는 구조"라면서 "총재의 영향력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어느 때보다 통화정책이 중요한 시기"라면서 "한은이 건강한 조직 문화를 지켜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취임 초기 경직된 위계질서를 없애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하는 등 4년 재임 기간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유독 강조했지만, 초상화 제작은 반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은 역대 총재 초상화 제작에 더해 최근엔 청사에 역대 부총재 사진 갤러리도 조성했다.

부총재는 총재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는 한은 집행부의 '2인자'다.

한은은 지난 20일 발간한 사보에서 이 갤러리를 소개하며 "층고가 높고 자연광이 잘 들어오는 데다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지나게 되는 장소로 정했다"고 강조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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