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장비 대중 수출제한 또 강화…일본산은 예외인정"

입력 2024-12-02 16:28
"美, 반도체 장비 대중 수출제한 또 강화…일본산은 예외인정"

HBM2 이상 대중 수출 금지…로이터 "3개사 중 삼성전자만 영향 전망"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제한 조치를 강화하면서 한국 등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장비도 조치 적용 대상에 포함키로 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다만 일본산과 네덜란드산은 예외로 인정키로 했다.

로이터 통신은 2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중국 140개 기업에 대한 신규 수출 제한 조치를 이날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칩 제조장비 기업 나우라(Naura) 테크놀로지 그룹(北方華創科技集團), 파이오테크(Piotech·拓荊科技), 사이캐리어(SiCarrier) 테크놀로지(深<천>(土+川)市新凱來技術) 등 중국 업체들에 대한 장비 수출이 제한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신규로 수출제한 조건을 적용받게 된 중국 기업에는 반도체 기업 20여곳과 반도체 장비업체 100여곳이 포함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 중 스웨이슈어(Swaysure·昇維旭) 테크놀로지, '칭다오 시엔'(SiEn(Qingdao)·芯恩(靑島)), 선전 펜순 테크놀로지(Shenzhen Pensun Technology Co.·深<천>(土+川)市鵬新旭技術) 등 업체들은 중국의 첨단 칩 제조와 개발 노력에 중심 역할을 맡고 있는 화웨이와 협력 중이라는 지적이 미국 의원들로부터 나온다.

신규 제재 대상에는 제조업체들뿐만 아니라 중국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캐피털(Wise Road Capital·智路資本)과 기술기업 윙테크 테크놀로지(Wingtech Technology·聞泰科技) 등 투자회사 2곳도 포함됐다.

이 기업들에 미국 업체들이 수출하려면 먼저 미국 정부의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대중 수출 금지 품목에는 AI 훈련 등 고급 응용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칩도 포함됐다.

로이터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 등 3개사가 만드는 'HBM2' 이상 제품들에 이 조항이 적용되며, 업계 취재원들은 삼성전자만 이번 조치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24종과 소프트웨어 도구 3종도 금수 품목에 신규로 올랐다.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상당수 미국 동맹국에서 제조된 물품들도 이번 수출 제한 조치를 준수해야 하는 적용 대상에 추가됐다는 점이다.

로이터는 타격을 받을 업체로 미국의 램리서치(Lam Research), KLA,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 그리고 네덜란드의 ASM 인터내셔널 등을 꼽았다.

최근 수년간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이 고급 칩과 이를 만들기 위한 제조기계들의 대중수출을 제한함에 따라 중국은 반도체 분야에서 자립 체제를 형성하려는 정책을 강력히 펴왔다.

그러나 중국은 이 분야에서 미국의 칩 제조업체 엔비디아, 네덜란드의 반도체 생산장비 업체 ASML 등 분야 선두기업들에게 여러 해 뒤져 있는 상태다.

그런 가운데 미국은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이며 중국에서 가장 큰 계약 칩 제조사인 SMIC(Semiconductor Manufacturing International Corporation·中芯國際集成電路製造)에 대해 추가 규제를 가하기로 했다.

SMIC는 2020년에 '엔티티 리스트'(Entity List)로 불리는 제재 대상 기업 목록에 올랐으나, 정책상 이유로 예외가 인정돼 지금껏 수십억 달러 규모의 수출이 허가됐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엔티티 리스트에 실린 기업들에 수출하려면 허가 신청을 미국 정부에 해야 하며, 대부분 불허된다.

미국은 해외직접생산품규칙 (FDPR·Foreign Direct Product Rules)을 통해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더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이 사용됐다면 특정 국가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미국 정부는 미국, 일본, 네덜란드 제조업체가 다른 나라에서 생산한 반도체 제조용 장비도 중국의 제재대상 공장에 보내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이스라엘, 대만, 한국이 이런 방침의 적용 대상이 됐다. 다만 네덜란드와 일본은 예외로 인정됐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이런 'FDPR 확대 조치'는 엔터티 리스트에 실린 기업 중 16곳에 적용된다.

이 기업들은 중국의 첨단 칩 제조 야망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지목된다.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특정 부류의 외국 물품들은 미국 기술이 조금이라도 쓰였을 경우 미국 당국의 수출 통제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제3국에서 중국으로 수출되는 품목들도 여기에 미국 칩이 단 하나라도 포함돼 있다면 미국 정부가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갖는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논리다.

이번 조치는 미국 정부가 일본과 네덜란드와 긴밀히 장기간 협의한 끝에 마련해 공개한 것이다.



미국은 이와 유사한 수출통제 조치를 하는 나라들에는 예외를 인정할 계획이라고 취재원들은 로이터에 설명했다.

이번 수출규제 조치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행되는 대규모 대중 수출제한 조치로는 3번째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인공지능(AI)용 칩 생산이 AI의 군사적 응용에 쓰이는 등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중국의 반도체 생산 역량 성장을 억제하려고 노력을 기울여 왔다.

미국 정부는 2022년 10월 특정 고급 칩의 판매와 제조를 제한하기 위한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이는 1990년대 이래 미국의 대중 테크 정책에서 가장 큰 변화로 평가됐다.

내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바이든의 후임으로 대통령에 취임할 예정이지만, 이런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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