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찾은 中총리, '이해관계' 축으로 관계강화 포석
"중국·독일, 이해충돌 없어"…독일 기업들엔 "공급망 안정 지켜야"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유럽을 방문 중인 중국의 2인자 리창 국무원 총리가 독일 대통령과 주요 기업 대표들을 잇따라 만나며 '경제 외교'에 힘을 쏟았다.
20일 중국중앙인민라디오방송 인터넷판인 앙광망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리 총리는 19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을 만났다.
리 총리는 "중국과 독일 사이에는 근본적인 이해 충돌이 없고, 견고한 협력의 기초와 강력한 발전의 모멘텀이 있다"며 "중국은 양국 협력의 전망에 관해 자신감으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이어 리 총리는 "독일과 함께 평화적인 발전 협력을 견지해 세계의 안정과 번영에 건설적인 역할을 하고, 혼란스럽게 얽혀있는 세계에 더 많은 확실성을 제공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독일은 중국이 신뢰할 수 있는 협력 파트너가 돼 함께 자유무역을 수호하고 기후변화 등 도전에 대응하기를 바란다"며 "독일은 디커플링(공급망 등의 분리)과 진영 대결에 반대한다"고 답했다고 중국 매체들은 전했다.
이날 리 총리는 지멘스, 폭스바겐(폴크스바겐), 벤츠, BMW, 셰플러, 바스프, 코베스트로, 바커케미칼, 머크, SAP, 알리안츠 등 독일 유력 기업 대표들을 불러 상공계 간담회를 여는 등 경제 외교에도 나섰다.
리 총리는 최근 서방 국가들이 제시하는 '디리스킹'(위험 제거)이나 '대중 의존 경감' 등에 관한 기업인들의 견해를 청취한 뒤 "중국과 독일 기업가들이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개방·포용·호혜의 자세로 품질과 수준이 높은 실용적 협력을 해나감으로써 산업 공급망 안정을 더 잘 지켜나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지난 3월 국무원 총리 자리에 오른 후 처음으로 외국 순방에 나선 리 총리는 독일 방문 기간 제7차 중국·독일 정부 협상을 진행하고, 이후 프랑스로 가 세계 금융 관련 정상급 회의에 참석한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리 총리의 이번 방문이 다층적인 국제·국내 이해관계 속에서 균형점을 찾으려는 독일을 미국의 구심력으로부터 한발짝 떼어놓으려는 포석이라고 의미를 짚었다.
추이훙젠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유럽연구소장은 "독일은 자국 발전의 이해관계, 중국과의 파트너십으로 얻는 이익, 미국으로부터의 압력 사이에서, 정치적 입장과 경제·무역 상 필요성 사이에서, 여러 정당과 정부 부처들의 이해관계 사이에서 미묘한 입장을 모색 중"이라고 평가했다.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의 쑨커친 연구원은 "우리는 중국이 위협이 아니라 공동의 협력을 추구하는 파트너라는 점을 크고 분명히 말할 것"이라며 "세계가 평화와 신냉전 중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무역에 크게 의존하는 독일은 후자로부터 얻을 게 없다"고 주장했다.
쑨 연구원은 "미국이 유럽을 끌어들이려고 노력하는 상황에서 리 총리의 방문은 중국과 독일이 현실과 미래를 더 합리적으로 직시하고, 이를 양국의 이익 위에 놓게 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중 전략 경쟁 심화 속에 중국은 지난 4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국빈 중국 방문을 필두로 유럽 지도자들과의 교류를 이어가며 대유럽 관계 개선에 외교력을 쏟고 있다.
전날 1인자인 시진핑 국가주석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 미중 공존과 관계 정상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데 이어 2인자인 리 총리는 서방 외교의 다른 한 축인 유럽과의 관계 다지기에 나선 모습이다.
리 총리는 중국 시장의 개방성을 강조하며 외자 유치를 촉진하는 '경제 외교'를 펼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더 싸늘해진 유럽의 중국을 향한 시선을 개선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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