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무기 반입 허용해달라"…스위스 의회서 화상연설
스위스, '중립성 훼손' 근거로 자국무기 반입 불허…법개정 논의 있었지만 부결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스위스 의회에서 화상연설을 통해 스위스산 무기의 자국 반입을 허용해 달라고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스위스 베른의 연방의회 청사에 연방 상·하원 의원들이 모인 자리에 화상으로 참석해 "우크라이나를 보호하기 위해 스위스에서도 전쟁물자 수출에 대한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우리가 평화를 회복하려면 무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스위스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주도하는 대러시아 경제제재에 동참한 점을 거론하면서 "제재를 채택한 스위스에 감사하지만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며 거듭 무기 재수출을 허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스위스의 대러시아 제재 자체도 "침략을 종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스위스가 연대를 보여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면서 제재 강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현행 스위스 전쟁물자법은 자국산 군수품을 구매한 나라가 다른 국가로 이를 재수출하려면 연방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특히 중립국 원칙을 지키기 위해 국가 간 무력 분쟁이 일어나는 지역에는 재수출을 못 하도록 한다.
지난해 우크라이나로 스위스제 전차를 재수출하려던 덴마크와 스위스에서 제조된 자주대공포용 탄약을 재수출하려고 한 독일의 요청을 스위스가 잇따라 거절한 것도 이 법률에 근거를 둔 것이었다.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전의 장기화로 무기 수요가 예상을 뛰어넘자 스위스산 무기도 우크라이나로 반입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스위스를 압박해왔다.
스위스 상·하원 안보정책위원회는 무기 재수출 금지 조항에 예외를 두는 방식으로 전쟁물자법을 개정하는 데 동의하기도 했다. 사실상 우크라이나에는 자국산 무기가 반입되는 걸 막지 않도록 법률에 예외 규정을 두자는 취지다.
그러나 지난 2일 스위스 연방하원은 이 같은 전쟁물자법 개정안을 표결 끝에 부결했다. 표결에선 의석수가 가장 많은 스위스 국민당과 4위 정당인 녹색당 등이 스위스의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법 개정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의 화상 연설을 앞두고도 스위스 국민당은 국가의 중립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표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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