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덜 혹독한 겨울?…에너지발 진짜 위기 이제 시작"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분석…러시아 에너지 위협 계속
물가상승, 보조금 지급 재정 부담…경쟁력 강화·장기과제 대응 못해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유럽의 겨울이 몇 달 전 예상보다는 훨씬 덜 혹독해 보이지만 에너지발 진짜 위기는 이제 막 시작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24일(현지시간)자 온라인판 '유럽 에너지 위기 비용과 대가 커진다' 제하 기사에서 유럽의 가스 저장고가 차고 가스 가격이 꼭지에서 내려왔지만 위기가 끝난 것이 아니라며 이와 같이 밝혔다.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에너지 가격이 우크라이나 전쟁 후 급등했을 때와 비교하면 많이 내렸지만 작년보다는 여전히 몇 배나 높은 수준이고 러시아는 에너지 시장에 혼란을 주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유럽 각국에선 물가가 오르고 막대한 에너지 보조금이 재정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또 정부는 눈앞의 에너지 문제 외에 다른 장기 과제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 위기 대응을 두고 유럽 내부 균열은 확대되고 있다.
각국이 에너지 보조금 지급·세금 감면 등을 각기 에너지 구조와 재정 사정에 맞춰 다르게 하고 있다. 재정이 탄탄치 않은 국가의 에너지 보조금 지급을 지원하기 위해 유럽연합(EU) 공동 채권을 발행하자는 제안은 독일이 거부했다. 가스 도매가격 상한선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경제 전망이 어두워질수록 분열은 더 심해질 것으로 이코노미스트지는 내다봤다.
유럽인들은 지금은 보조금 효과로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물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시위가 전면적이진 않다. 독일에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자는 여론이 여름 이후 7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 지원이 에너지 절약 유인을 약하게 만들고 재정에 부담을 준다는 점이다.
남유럽 국가들과 프랑스는 부채비율이 국내총생산(GDP)의 100%가 넘는데 에너지 보조로 인해 3∼6%포인트가 더 올라간다.
빚이 많아지면 금융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공공지출이 급증하면 금리가 더 빠르게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렇게 코로나19 사태와 에너지 위기를 거치며 재정에 부담이 커졌는데 앞으로 10년간 기후변화와 고령화 대응에 돈을 더 써야 한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유럽 정치인들이 코로나19로 미룬 경제개혁을 올해와 내년에 한다는 희망을 한때 품고 있었는데. 실제 개혁 기회가 있었다고 해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에너지 위기로 인해 사라져버렸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유럽의 경쟁력 강화 계획은 사라지고, 경제 구조조정으로 피해를 본 이들을 돕는데 쓰였을 자금은 에너지 보조금으로 나갔다고 지적하고 가스 부족으로 인한 가장 큰 상처는 아직 체감 전이라고 덧붙였다.
mercie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