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에 '외교의 문' 연 바이든…'핵전쟁 문턱' 우크라戰 출구 주목
내달 G20 정상회의서 담판 가능성…"푸틴이 뭘 얘기할지에 달려"
휴전 촉구해온 에르도안, 오늘 푸틴과 회담…서방과 중재역할 하나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대화 여지를 남겨두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크림대교 폭발과 보복성 키이우 공습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며 출구 찾기가 난망한 '치킨 게임' 양상으로 흘러온 이번 전쟁에서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될지 여부가 관건이다.
일부 주변 국가의 중재 노력이 더해질 경우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서방의 리더 미국과 러시아가 내달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직접 평화협상 담판을 벌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 않겠느냐는 일말의 기대감이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인터뷰에서 11월 G20 정상회담 때 푸틴 대통령과 대면할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에 "나는 그를 만날 의향이 없다"고 잘랐다.
그러면서도 "그가 G20에서 나에게 다가와 '(러시아에 수감 중인 미국 농구선수) 브리트니 그라이너의 석방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고 말한다면 그를 만나겠다"며 "푸틴 대통령이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지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이날 앞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G20 무대에서 양국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에 대해 "누차 이야기했듯이 우리는 대화를 거부하지 않는다"며 "제안이 있다면 고려할 것"이라고 언급한 직후 나온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없는 자리에서 러시아와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러시아의 태도 여하에 따라 테이블에 마주 앉을 수도 있다고 우회적으로 '화답'한 것으로도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AFP 통신은 이 언급을 두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끝내기 위한 방안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와 외교의 문을 열어 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배경에는 최근 우크라이나의 반격으로 입지가 좁아진 푸틴 대통령이 향후 적당한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한다면 최후의 보루인 핵무기를 선택하는 데까지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전술핵을 사용할 가능성과 관련해 "나는 그가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를 향해 "이성적인 행위자"라고 칭했다.
핵전쟁이라는 비이성적 행동을 하지 말 것을 은연중에 경고함과 동시에 이성적인 대화 상대방이 될 수 있음을 상정하며 달래기에 나선 듯한 표현이다.
이와 관련, 12일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아시아 교류 및 신뢰 구축 회의(CICA)가 종전을 향한 외교적 해결책의 첫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월 개전 이후 꾸준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중재 역할을 자처해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이 CICA에서 푸틴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7월 러시아의 흑해 봉쇄로 막힌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길을 다시 열도록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최근에는 전화로 푸틴 대통령에게 평화협상을 열 것을 재차 촉구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수출하면서도 서방의 러시아 제재엔 동참하지 않는 등 '줄타기' 외교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그가 푸틴 대통령과 전쟁의 해결책과 관련해 생산적인 대화를 진행하게 된다면, 이런 성과가 내달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G20 무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 7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G20 정상회의에 푸틴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했다는 관측이 제기된 데 대해 "러시아는 회의에 참석하지만, 형식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G20 회의에 직접 참석할 예정인 만큼, 이때 푸틴 대통령이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지'에 따라 머리를 맞대고 종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CNN은 "긴장감을 완화할 외교적 수단이 남아있지 않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위험한 상태"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 지도자에게 흥미로운 문을 열어뒀다"고 덧붙였다.
d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