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위기' 섬나라 울분…"기후변화 괴물에 전면전 선포하자"
마셜제도, '자유연합협정' 연장 협상 중인 美에 적극적 역할론 압박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 태평양의 섬나라 마셜제도가 유엔총회에서 세계 지도자들에게 "기후변화 괴물에 전면전을 선포하자"고 촉구했다.
데이비드 카부아 마셜제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오늘 우리는 금세기 최대 난제인 기후변화 괴물에 대해 전면전을 선포할 것을 세계에 재차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상은 화석 연료 중독을 깨부수는 데 실패했다"면서 "우리는 인명 구조 대책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고 있고, 작은 섬나라들은 특히 그렇다"고 한탄했다.
이어 세계 지도자들에게 항공과 해운 등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산업에 대응하면서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마셜제도와 솔로몬제도가 국제선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1t당 100달러의 탄소세를 부과하자고 국제해사기구(IMO)에 제안한 것을 언급하면서 "이 방안은 탄소배출 제로 운송으로의 전환을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셜제도는 호주와 하와이 사이에 있는 30여개의 환초(반지형 산호섬)으로 구성된 국가로 평균 고도가 해발 2m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계속 상승할 경우 소멸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카부아 대통령은 특히 미국이 태평양 섬나라의 기후 문제를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는 미국과 목표를 공유하고 강력한 파트너십을 맺어왔지만, 중대한 개발 과제와 필수적인 욕구 역시 있다"며 "핵실험의 유산과 당면한 과제를 더욱더 잘 다루면서 기후변화 문제를 시급한 책무로써 대처해나가는 한편 우리의 목소리를 동등한 파트너로서 강화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태평양 섬과의 재협력을 강조하고 있는데,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을 겨냥한 카부아 대통령의 발언은 태평양 섬나라들이 미국과 '자유연합협정' 연장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상황과 무관치 않다.
마셜제도, 미크로네시아, 팔라우는 1980년대 말 미국과 자유연합협정을 맺고 안보·경제 지원을 받는 대가로 섬을 군사기지 등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미국에 부여했다.
이 협정은 국가별로 2023년 또는 2024년에 만료되는데, 섬나라들은 미국과의 협상이 무산될 경우 이 지역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중국에 기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카부아 대통령은 미국이 냉전시기인 1946년부터 1958년까지 마셜제도에서 67회나 핵실험을 했다고 강조하면서 "우리 국민과 토지에 대한 핵실험 영향은 수세대에 걸쳐 지속됐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인권과 토지, 문화, 보건, 생명에 미치는 이런 영향은 어떤 나라도 결코 감당해서는 안 될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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