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푸틴' 푸시 라이엇, 스위스서 '무단낙서'로 구금됐다 풀려나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10여 년간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에 저항해온 러시아 여성 펑크록 그룹 '푸시 라이엇' 멤버들이 스위스에서 벽에 무단으로 낙서를 한 혐의로 구금됐다가 경찰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푸시 라이엇 측은 30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을 통해 "멤버들이 벽에 반전 메시지를 적었다가 스위스 베른주 경찰에 구금됐다"고 전했다.
베른주 경찰 역시 러시아 여성 3명이 낙서 사건에 연루돼 조사를 받은 사실을 현지 통신사 키스톤-SDA에 확인했다. 현지 언론들은 경찰이 언급한 여성 3명이 푸시 라이엇 멤버들이라고 보도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조사를 받은 뒤 풀려났으며 형사 소송 절차를 더 밟아야 할지는 낙서가 된 부동산 소유자의 의사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푸시 라이엇은 2012년 푸틴 대통령의 3기 집권에 반대하며 무허가로 시위성 공연을 해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에도 이들은 유사한 혐의로 여러 차례 단기형의 처벌을 받았지만 저항을 계속했다. 감형이나 사면 등을 통해 풀려나면 또다시 반(反) 푸틴 메시지를 전파하는 활동을 이어갔다.
푸틴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노래를 발표하고,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정치범 석방 등을 요구하기 위해 결승전이 열린 경기장에 난입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로는 당국의 감시 수위가 더욱 올라갔다. 밴드의 리더 마리아 알료히나는 가택연금 중 감시원의 눈을 피해 지난 6월 리투아니아로 탈출했다.
이후 유럽 일대를 순회하면서 반전 콘서트를 열고 있는 푸시 라이엇은 최근 스위스에 머물며 공연을 했다.
주 스위스 러시아 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소위 푸시 라이엇이라고 불리는 밴드의 구성원은 법원이 부과한 가택연금 명령을 어겼다"며 "러시아와 지도부에 대한 모욕을 포함한 공연 중의 각종 행동은 예술과 관련이 없으며 스위스 형법에도 어긋난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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