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해 물가상승률 5.2% 전망…24년만에 최고 수준(종합)
6∼7월 6%대 상승률·기대인플레이션·수요측 압력 등 고려한 듯
수출둔화 우려 등에 성장률은 2.7→2.6%…내년 물가 3.7%·성장률 2.1%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민선희 김유아 기자 = 한국은행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5%대 초반까지 크게 올려 잡았다. 동시에 올해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대한 눈높이는 2.6%로 더 낮췄다.
한은은 25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5.2%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5월 발표한 기존 전망치(4.5%)보다 0.7%포인트(p)나 높고, 한은 소비자물가 연간 전망치로서 1998년(9.0%) 이후 24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망대로 올해 5%대 상승률이 실현되면,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최고 기록이다.
한은이 이처럼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큰 폭으로 올린 것은 이미 6%를 넘은 소비자물가 상승률(7월 전년동월비 6.3%)과 사상 최고 수준인 4%대 기대인플레이션율,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 불안, 보복소비(지연소비) 등 수요측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 등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앞서 한은은 이달 2일 소비자물가 상승률 통계 발표 직후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진 가운데 고유가 지속, 수요측 물가 압력 증대 등으로 앞으로도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6%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제유가와 곡물 가격의 경우 러시아와 유럽 간 갈등 고조 등에 따라 여전히 공급 측면의 상방 리스크(위험)가 상존하고, 수요 측면에서도 외식, 여행·숙박 등 관련 개인서비스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도 비슷한 이유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우 노무라 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공급측 요인에 이어 수요측 요인을 반영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것"이라며 "최근 유가가 빠르게 하락했지만, 연평균 유가는 아직 지난 5월 한은이 예상한 유가 수준인데다 농산물,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강하고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도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5% 이상으로 높아질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아직 물가 정점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고,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 정도 정점을 지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 상향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반대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7%에서 2.6%로 하향 조정됐다.
미국·중국 등의 경기 하강에 따른 수출 증가세 둔화, 물가 상승과 이자 부담 등에 따른 소비 타격 가능성 등이 전망 수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비, 투자, 수출 중 하나라도 가시적으로 살아났다는 증거가 지금 없기 때문에 성장률 전망치는 낮아질 것"이라며 "수출은 세계 경제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늘지 않을 것이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공급망 문제도 이어지고 있다. 금리 인상 효과가 소비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도 "미국과 중국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수출이 예상보다 더 좋지 않고, 경기 침체 우려와 재고 증가로 기업의 생산과 투자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하반기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구나 물가 상승으로 실질 임금과 구매력이 떨어지고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도 겹쳐 소비의 지속적 증가를 기대하기 힘들고,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는 현 정부가 지출을 늘릴 가능성도 크지 않기 때문에 경제 성장률이 높아질 요인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성장률은 각 3.7%, 2.1%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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