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전략경쟁 속 몸값 올라가는 필리핀…中, 연일 공들이기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격화하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 속에서 최근 아시아에서 한국만큼이나 미·중의 구애를 받는 나라가 필리핀이다.
6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 등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미얀마에서 열린 동남아 5개국 외교장관과의 회담이 끝나자마자 필리핀으로 이동했다.
왕치산 국가 부주석이 지난달 30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외교수장이 다시 필리핀을 방문했다.
중국 남중국해연구원 천샹먀오 연구원은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왕 부장은 필리핀 방문 기간 마르코스 대통령을 예방하고, 필리핀과 중요한 협력 메커니즘과 프로젝트에 대해 중요한 합의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천 연구원이 언급한 협력 메커니즘과 프로젝트는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협력을 통한 인프라 건설 지원과 함께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과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20년 넘게 장기집권한 독재자인 고(故)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인 마르코스 대통령은 중국에 친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는 강경한 반응을 보이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마르코스 대통령 당선 이후 두 차례 축전을 보내고 한 차례의 전화 통화를 하며 양국의 우호 협력을 강조했다.
왕치산 부주석도 마르코스 대통령을 만나 양국 정상이 직접 양자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남중국해 분쟁을 적절히 관리하자는 등의 우호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인도·태평양 전략 아래 중국 포위망을 강화하는 미국도 필리핀 새 정부를 지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21년간의 장기독재 끝에 1986년 '피플스 파워' 시민혁명으로 축출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마르코스의 러닝메이트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마르코스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는 축전을 보내 "광범위한 문제에 대해 양국 간 협력을 확대하길 기대한다"며 "더 강력한 동맹을 구축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필리핀을 찾아 양국의 동맹 심화 방안을 논의했다.
국제 관계 전문가들은 마르코스 대통령이 당분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실리 외교를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천원자 대만 중산대학 중국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 연구소 부교수는 최근 "필리핀이 이전부터 중국과 경제 무역 교류가 있었지만 경제 회복과 산업 개선 발전, 안보 등을 위해서는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 부교수는 그러면서 필리핀이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한 미국 중심의 다자 경제협력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한 것도 이러한 상황이 고려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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