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대통령 '갈팡질팡' 이유는…"위기상황 감당 안돼서"
NYT 외부 기고 "러시아 자극해도 안되고 양보해도 곤란한 상황"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위기의 한 복판에 서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근 종잡을 수 없는 언행을 보이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수도 키예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 침공이 임박했다는 서방의 경고가 우크라이나 경제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서방 국가들을 향해 위기감 조장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던 그는 지난주에는 러시아 침공 가능성에 대한 서방의 대응이 부족하다면서 즉각적인 제재를 촉구했다.
언제든 러시아 군대의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국가 지도자가 정반대의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오히려 혼란을 가중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모습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판하는 우크라이나 언론인의 외부기고를 게재했다.
우크라이나의 뉴스사이트 키예프 인디펜던트의 올가 루덴코 편집장은 '코미디언 출신 대통령에게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능력을 문제 삼았다.
루덴코 편집장은 코미디언 출신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019년 당선됐을 때만 해도 정치권의 부패를 청산할 새로운 정치를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실제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결과보다 쇼를 중요시했고, 전략적인 목표보다 단기적 이익에 신경을 쓰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자신에 대한 비판에는 귀를 닫아버리고, 자신에게 아부하는 '예스맨'들에게 둘러싸여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러시아의 침공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게 당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루덴코 편집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는 좋은 선택지도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만에 하나 문제가 되는 동부 국경 지역과 관련해 조금이라도 러시아에 양보할 경우 당장 수십만 명의 우크라이나 주민이 거리로 뛰쳐나오는 소요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친(親)러시아 성향의 정책을 펼치다가 2014년 반정부 시위로 축출된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과 같은 운명을 맡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러시아를 자극한다면 공격을 받는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에 이처럼 일관되지 못한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루덴코 편집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국정 수행은 부자연스럽고 어색한데다가 부적절할 때가 더 많다면서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로 기고문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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