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보우소나루 정상회담…"국방·에너지 분야 등서 협력"
"분쟁 평화적 해결에 공감"…브라질 대통령, 美 만류 불구 방러 강행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모스크바를 방문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과 회담하고 양국 협력 관계 발전 방안 등을 논의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에서 회담을 시작하며 "브라질이 남미에서 러시아의 주요 경제·통상 협력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도 "러시아와 브라질은 국방, 석유·가스,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좋은 협력 전망을 보이고 있다"면서 "나의 모스크바 방문은 우리의 양자 관계의 전망이 밝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크렘린궁은 약 2시간 동안 이어진 회담 뒤 결과를 설명하는 공동성명을 통해 "두 정상이 세계 여러 지역의 불안정 고조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국제법 규정과 유엔 헌장에 따라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수단으로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으나 우크라이나 사태로 고조된 러시아와 서방 간 갈등이 외교 협상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됐다.
크렘린궁은 이어 양국 대통령이 군사 분야에서 협력과 교류 강화 방안을 논의했으며, 우주 공간에서 군비경쟁 예방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두 정상은 또 에너지 분야 협력과 나노·바이오 등 첨단 기술 분야 협력 전망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성명은 덧붙였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특히 브라질이 러시아 원자력공사인 '로스아톰'이 제작한 소형 원자로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고, 이에 푸틴 대통령은 "우리 기업(로스아톰)이 육상과 해상 부유형 소규모 원전을 비롯해 브라질의 새 원전 건설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다.
크렘린궁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브라질로 초청했으며 푸틴 대통령은 이를 수락했다고 전했다.
러·브라질 정상회담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양국 외무·국방장관 간 '2+2 회담'도 열렸다.
이번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방러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미국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러시아가 '우군' 확보를 위해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리는 중남미권 국가들과의 협력 관계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지난 3일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지난달엔 베네수엘라, 쿠바, 니카라과 정상과 잇따라 전화 통화를 하고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는 가까운 사이였으나 조 바이든 정권이 들어선 후 다소 불편한 사이가 됐다.
이 틈새를 러시아가 파고들어 그의 러시아 방문을 요청하면서 양국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에 앞서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고조된 시점에 이루어지는 그의 방러가 적절치 않다며 계획을 취소하도록 외교적 압박을 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브라질의 주요 각료들도 대통령이 러시아 방문을 강행할 경우 미국을 포함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과의 관계가 나빠질 수 있다면서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같은 국내외 만류에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을 강행했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