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코로나 속 역대급 실적에 성과급 잔치…연봉 절반까지도
'사상 최대 순익' 은행 '기본급 300%'…대형보험사 '연봉 30%'
'성과급 1억원' 경험담까지…금융당국 "대손충당금 더 쌓아라"
"이자 수익에 보험료 인상하며 성과급 나눠 먹나"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신호경 하채림 이미령 기자 = 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가 어려운 가운데 금융사들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연봉의 절반에 달하는 보너스를 지급하는 등 성과급 잔치에 나섰다.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을 직원들과 나누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의 폐업과 도산이 속출하는 가운데 고객의 돈을 굴리는 금융사들의 대규모 성과급을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 금융사 "역대급 실적에 최대 성과급 지급"…1억원까지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경우 우리은행 노사는 '기본급 200%의 경영성과급 지급' 등에 합의했다. 직원 사기진작 명목으로 기본급 100%와 100만원도 더해졌다. 직원들은 사실상 작년 실적에 대한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300% 이상을 받는 셈이다.
KB국민은행의 성과급(P/S)은 월 통상임금(기본급 개념)의 300%로 전년(통상임금 200%+150만원)보다 늘었다.
신한은행 직원들은 경영성과급으로 기본급의 약 300%를 받는다. 특별지급분으로 직원들에게 100만 마이신한포인트도 나눠줬다.
하나은행 역시 특별성과급(P/S)이 기본급의 약 300%로 결정됐다.
은행권은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업계의 경우 업계 1위인 삼성생명[032830]과 삼성화재[000810]는 지난해 양호한 실적에 성과급 봉투가 두꺼워졌다.
삼성화재는 올해는 연봉의 평균 36%, 삼성생명은 평균 17% 성과급을 받았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실적이 회사의 목표치를 초과해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메리츠화재[000060]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역대급' 성과급을 지급할 예정이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표준연봉'의 평균 30%가 넘는 성과급을 지급했고 올해는 평균 40% 이상을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양호한 실적을 거둔 DB손해보험[005830]는 표준연봉의 33%가량을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카드업계의 경우 삼성카드[029780]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보다 더 많은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은행계 카드사인 신한카드와 국민카드, 우리카드 등도 성과급 규모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은행 수준에 처지지 않는 선에서 지급됐거나 지급될 가능성이 있다.
증권업계의 경우 일부 증권사는 실적 연동으로 연봉의 50%를 넘게 받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성과급으로 1억원을 받았다는 30대 증권사 직원의 경험담이 올라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증권업종은 회사별, 부서별, 직군별로 임금 체계에 차이가 커 성과급 비중을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다른 업종보다 급여에서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이다.
개인 투자자 주식 거래 증가, 역대급 기업공개(IPO) 시장 등에 따른 증권업계 실적 개선이 직원들의 거액 성과급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증권사 실적 개선에 따른 성과급 증대로 직원들의 평균 연봉도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대형 증권사 중 처음으로 평균 연봉이 2억원을 넘긴 메리츠증권[008560]은 작년에는 3분기 기준으로 이미 평균 연봉이 1억7천만원을 넘어섰다.
한 보험사 임원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사고가 대폭 줄면서 보험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해 성과급 또한 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으로 지급했다"면서 "은행 등 다른 금융 업종들도 코로나19 속에 호황을 누려 비슷한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고객 돈 빌려주고 이자 받아 성과급 잔치" 비판도
지난해 시중은행들이 사상 최대 수준의 경영 실적을 거두면서 은행 직원들에 성과급 규모를 크게 늘린 것과 관련해 논란이 적지 않다.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급증한 가계대출 때문에 이자 이익이 급증한 것을 경영 성과로 평가할 수 있는지와 그 이익을 성과급 형식으로 직원들끼리만 나눠 갖는 게 바람직한지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대출로 투자)' 등 투자 수요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 등이 겹쳐 가계대출이 많이 늘어난데다, 금리까지 오르면서 지난해 시중은행의 이자 수익은 전년보다 10% 이상 늘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수익이 많이 나서 그에 맞춰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며 은행의 사회적 기능을 고려해 다양한 사회 공헌도 추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보험업계도 두둑한 성과급에 뒤따를 역풍을 우려하고 있다.
보험사가 손해율과 저금리를 이유로 실손의료보험료를 대폭 인상하고 보장성 보험료도 지난 2년간 계속 올리면서 성과급 잔치를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손해는 보험료를 올려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이익은 임직원이 나눠 갖는 것은 이율배반적 소비자 배신행위"라면서 "보험료 인상을 멈추고 이윤을 소비자와 공유하는 조처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역대급 실적과 성과급 잔치에 흑자를 낸 자동차 보험료를 내리라는 요구도 있다. 금융당국은 손해보험업계에 자동차 보험료 인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과급 지급 공개를 극도로 꺼리는 카드사들은 지난해 막대한 수익이 올해 자동차업계, 마트 등 대형 가맹점과의 카드 수수료 협상에 불이익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좋은 실적으로 대규모 성과급을 받는 가운데 올해 들어 증시가 좋지 않아 고객들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라 매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은행 등 금융권이 예대금리 차로 거둔 이익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데 대해 불편한 기색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사의 성과급 지급에 직접적인 평가는 자제하면서도 대손충당금 확충 등 위기에 대비한 완충능력 보강에 재원을 쌓으라고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금융사들의 성과급 지급과 관련해 "지금 상황에서는 앞으로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손실 흡수능력을 확충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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