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플랫폼 정책포럼' 리더들, 따로 모여 온플법 반대

입력 2021-12-27 11:00
과기부 '플랫폼 정책포럼' 리더들, 따로 모여 온플법 반대

골목상권 옹호 인사 없어…공정위·방통위 추진 온플법에 제동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구성한 정책포럼의 리더들이 지난달 말 따로 모여 토론회를 열고 정부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안(온플법) 추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정부 내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온플법 입법을 추진하지만 과기정통부는 이에 소극적인 '엇박자' 분위기가 노출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정보기술(IT)업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고려대 '지능정보기술과 사회문제연구센터'(CIS)와 '스마트미디어 서비스 연구센터'(SSRC)는 프레스센터에서 '도대체 이 시점의 디지털 플랫폼 규제는 누구와 무엇을 위한 것인가' 토론회를 주최했다.

이 토론회의 사회자인 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과기정통부가 온라인 플랫폼의 건전한 발전과 사회적 책임 강화 등을 논의하기 위해 민관합동으로 구성한 '디지털 플랫폼 정책포럼'(이하 정책포럼)의 공동운영위원장이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와 권남훈 건국대 교수, 류민호 동아대 교수, 이성엽 고려대 교수는 고려대 CIS·SSRC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가해 온플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이들은 각각 과기정통부 정책포럼에서 제1·2·3·4분과장을 맡고 있다.

◇ 정책포럼 리더들, 온플법 추진 강력 비판

사회자인 김 교수와 토론자로 나온 4명의 다른 교수는 온플법 추진에 부정적인 의견을 강도 높게 피력했다.

김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온플법을 추진하는 데 대해 "디지털 플랫폼의 사전 규제가 필요한가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 없이 두 개 부처가 법안을 내놓고, 정부와 여당은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정부가 전문가 얘기에 대응은 안 하고 (온라인 리테일 시장) 독과점이 심각하다고 하는 상황이 이해가 안 간다"고 비판했다.

권 교수는 "국내 시장이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 네트워크 효과에 따른 승자독식, 독과점이 일반적인 시장이냐란 전제부터 의심하고 들어가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공정위와 방통위의 권한 확대가 규제 수단으로 적절한지가 결론 나지 않아 법 추진 정당성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고, 류 교수 역시 "규제 기관들이 서로 빨리 규제 깃발을 꽂으려고만 하고 있고 왜, 어디에 꽂아야 되는지에 대한 고민은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 온플법 추진에 부정적 의견, 과기정통부 입장 반영?

토론자들이 명목상 정책포럼의 리더가 아니라 개별 학자 자격으로 참석했다고는 하지만, 정책포럼 공동운영위원장과 분과장들이 따로 한 자리에 모여 온플법 추진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를 낸 것을 두고 과기정통부나 정책포럼의 전체 입장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토론회가 정책포럼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일방적 주장을 하는 이들로 구성된 토론회에 과기정통부가 역할을 했다면 오해 소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간사는 "정부부처 정책포럼에 참여하는 분과장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에 반대 목소리를 내려면 해당 포럼이나 토론자 구성이 균형을 갖춘 자리에서 하는 것이 적절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달말 토론회나 최근 정책포럼 최종보고회에서 다양한 불공정거래에 대한 직접 규제 필요성이 외면돼 아쉽다"고 덧붙였다.



◇ 정책포럼 구성에 골목상권 관련 인사 제외

정책포럼의 구성 자체가 균형에 맞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럼 위원에 골목상권 관련 인사가 제외된 채 인터넷기업협회장과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임원 등 플랫폼 기업 측 인사들은 다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 탓에 플랫폼의 혁신 환경 조성과 경제·사회적 영향 확대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 강화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조망하는 데 지장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양흥모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집행위원은 "플랫폼의 사회적 기여나 사회문제 해결을 논의할 3·4분과에도 플랫폼 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이들이 많이 포함됐다"며 골목상권이나 물류 공급, 판촉, 배달 등 플랫폼 종사자들이 배려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정책포럼 제4분과 위원인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어색하다"며 "정책포럼이 균형 측면에서는 조금 미비한 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포럼 공동위원장 "포럼과 무관…학계 차원 토론회"

이런 지적에 대해 공동 운영위원장인 김성철 교수는 "포럼을 전혀 내세우지 않았고 학자로서 참석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온플법 입법 추진에) 국회가 과속하고 공정위나 방통위가 준비 없이 입법하는 것을 보고 학자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 플랫폼을 가장 잘 아는 분과장들로 토론회를 꾸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허점이 많은 온플법이 급하게 추진되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져 학계 차원에서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생겼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정책포럼 구성에 대해 "정책 전문가들만 모여야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플랫폼 기업을 특별히 포함했다"며 "이해관계자가 다 들어오면 산으로 갈 수 있어 소상공인 단체 등은 최종보고회에 초청해 의견을 수렴하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정책포럼 위원장과 분과장들이 별도 토론회를 한 것은 인지하지 못했다"며 "포럼 구성은 학계 등 각계 추천을 받아 이뤄졌으며, 경쟁법이나 규제 관련 학자 등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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