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가계대출 수요 여전히 커…둔화 지속될지 지켜봐야"(종합)

입력 2021-12-09 13:54
수정 2021-12-09 15:29
한은 "가계대출 수요 여전히 커…둔화 지속될지 지켜봐야"(종합)

"규제 영향 작은 전세자금대출·집단대출 계속 증가 예상"

"미국 등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로 금융시장 변동성 커질수도"

"기준금리 두 번 올려도 여전히 완화적이지만 긴축 수준 인상은 생각하기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한국은행은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 현상이 내년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확신하기 어렵다고 9일 밝혔다.

아울러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 등에 따라 각국 통화정책 기조가 완화에서 '정상화'로 빠르게 돌아서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 "규제 영향 작은 전세·집단대출 계속 증가할 것"

한은은 9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향후 가계대출은 금융권의 강도 높은 증가세 관리, 계절적 비수기 등의 요인으로 당분간 현재의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나 내년 이후에도 둔화 추세가 지속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내년부터 시행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등 가계부채 관리 강화 대책이 가계대출 억제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대출수요가 여전히 크고 규제 영향이 작은 전세자금대출, 집단대출 등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한은은 "최근 가계부채 상승률, 주택가격 오름세가 다소 완화되고 있으나 이런 추세의 지속성과 강도와 관련해서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므로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에도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보고서 제출 후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의 가계대출 억제 효과에 대해 "금리 인상이 가계 차입자의 금융 부담을 늘려 수익 추구 행위를 절제시키는 요인이 되면서 가계부채 둔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기준금리를 한 두 번 올린다고 정책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거시건전성 정책이 일관되게 잘 추진되고 통화정책 완화 정도도 경기 개선에 맞춰서 적절하게 조정해 나가면 향후 금융불균형 완화 효과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는 "(기준금리를) 두 번 올렸는데 여전히 (통화정책은) 완화적"이라고 진단했다.

지난달 25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0.25%포인트(p)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이번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1.00%가 됐지만,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추가 인상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박 부총재보는 긴축 수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우리 경제가 코로나19에서 벗어나 회복하는 단계에 있고, 불확실성 요인도 대두되고 있기 때문에 긴축 수준으로까지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지금 시계에선 생각하기 어려운 단계"라고 말했다.



◇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 빨라지면, 금융시장 변동성 크게 확대"

한은은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도 잠재적 금융 위험 요소로 꼽았다.

한은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말 자산매입 규모 축소(테이퍼링)를 조기 종료하는 방안을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선진국 가운데 캐나다, 뉴질랜드, 노르웨이, 호주도 자산매입 축소, 정책금리 인상 등을 시작했고 영국 영란은행도 지난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수개월 내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밖에 러시아, 터키, 남미, 유럽 국가들은 이미 최근 정책금리를 상당폭 인상했다.

한은은 "앞으로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각국의 경제 여건에 맞춰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국내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등에 따라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관련 리스크(위험) 요인을 주의 깊게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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