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바이든에 "우크라 위기 책임 러시아에 떠넘기지 말라"

입력 2021-12-08 06:34
푸틴, 바이든에 "우크라 위기 책임 러시아에 떠넘기지 말라"

"나토가 우크라 점령 시도하며, 러 국경 인근 군사력 증강"

'나토 동진 금지' 법률 보장 요구…미 공관 활동 제한은 해제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화상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위기의 책임을 러시아로 떠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크렘린궁이 전했다.

이날 회담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으로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킨 가운데 내년 초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미국과 우크라 측의 주장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열렸다.

크렘린궁은 이날 약 2시간에 걸친 푸틴과 바이든 대통령의 화상 회담이 끝난 뒤 내놓은 보도문을 통해 "정상 간 대화의 대부분이 우크라이나 분쟁과 2015년 체결된 민스크 합의 이행의 부진과 관련된 문제에 할애됐다"고 전했다.

보도문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접경으로 러시아 군대의 이동이 갖는 위협적 성격을 강조하면서, 추가적 긴장 고조 시 미국과 동맹국들이 취할 제재 조치들을 거론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세 악화에 대한 책임을 러시아로 떠넘기려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면서, "바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하려는 위험한 시도를 하고 있으며, 러시아 국경 인근에서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푸틴은 그러면서 러시아는 나토의 동쪽 확장과 러시아 인접 국가들로의 타격용 공격무기 배치를 금지하는 신뢰할 수 있고 법률적으로 명시된 보장을 받는데 큰 관심이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

푸틴은 바이든에게 민스크 협정과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을 위한 러시아·우크라이나·프랑스·독일 등 4개국의 노르망디 형식 회담 합의들을 완전히 파기하려는 우크라이나의 비건설적 노선을 구체적 예를 들어 설명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 정부가 분리주의 반군이 통제하고 있는 돈바스 지역(우크라이나 동부)에 대해 취하는 도발적 행동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두 정상은 민감한 우크라이나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하도록 실무팀에 지시하기로 했다.



정상들은 또 이날 회담에서 지난달 말 오스트리아 빈에서 재개된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이 모든 참가국이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길 바란다는 기대도 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다른 미러 양자 관계 측면들의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러시아가 그동안 미국 외교 공관의 활동에 가한 모든 제한을 선제적으로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러시아 내 미국 외교 공관의 러시아 현지인 직원 채용 금지 등 일련의 제한 조치가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

정상들은 국제안보와 안정유지를 위한 각별한 책임을 고려해 미러 양국이 대화와 접촉을 계속해나가기로 했다고 크렘린궁은 전했다.

이날 푸틴과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한 이후 처음으로 화상으로 얼굴을 맞댔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전한 동영상에 따르면 긴장된 양국 관계와 달리 이날 회담 시작 분위기는 그렇게 차갑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을 시작하며 대형 화면에 등장한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미소 띤 얼굴로 "환영합니다. 대통령님"이라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헬로우"라고 화답한 뒤 웃으며 "다시 보게 돼서 반갑습니다. 지난번에 (로마)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못 봤습니다. 다음번에는 대면하게 되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간단한 인사말 뒤 두 정상은 곧바로 비공개로 회담을 이어갔다.

전날 인도 방문에서 돌아온 푸틴은 이날 흑해 연안의 러시아 남부 휴양도시 소치에 있는 대통령 관저에서 화상 회담에 임했다.

양국 정상 간 대화는 이번에 처음으로 가동된 기밀 화상통신망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타스 통신은 소개했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