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윤석열 외교참모, 워싱턴서 대북정책 '화상 신경전'
위성락·김성한, 최종현학술원 주최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 참여
위성락 "대화·제재·압박 섞는 실용주의"…김성한 "종전선언 시기상조"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여야 대권 후보들의 외교 참모가 미국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화상으로 신경전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측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측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7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샐러맨더 리조트에서 열린 최종현학술원 주최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rans-Pacific Dialogue)'에 화상으로 참여해 각 후보의 외교·안보 정책을 설명했다.
최태원 SK회장을 비롯해 커트 캠벨 백악관 인도·태평양 조정관을 포함한 한미일 전현직 관료와 학계, 재계 인사가 대거 참석한 이번 행사는 애초 여야 후보들의 핵심 참모들도 참여해 미래 권력의 대북 정책 구상을 놓고 심도있는 토론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됐다.
갑작스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종 변이 오미크론 사태에 화상 참여로 대체되며 불붙는 공방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양 후보측은 종전선언을 비롯한 대북 포용정책 등에서 뚜렷한 인식차를 드러냈다.
위 전 대사는 "이재명 후보는 이론적으로 경도됐고 대북 유화론자라고 추정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 후보자의 대북 정책은 단단한 현실주의와 실용주의 노선에 기반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해결돼야 할 가장 중요한 안보 현안"이라며 "협상과 대북포용 정책이 유연한 방식으로 구사돼야 하지만, 북한의 약속 위반이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정정당당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후보는 대화와 협상 뿐 아니라 보상과 제재, 압박 등을 미국 및 한미일 공조 하에 다양하게 섞어서 구사할 것"이라며 "단계적 대응은 불가피한 것이긴 하지만, 조각을 작게 하면 쉽게 폐기될 수 있으니 가능한 크게 할 필요가 있다"며 실용해법을 강조했다.
그는 "쉽게 도달한 합의는 쉽게 파기될 수 있다"며 "첫 조각부터 상대적으로 쉬운 이슈와 함께 비핵화 및 안보, 평화 이슈를 함께 묶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 교수는 "윤 후보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지만 '빅딜'과 '스몰딜' 중 양자택일을 한다는 입장은 아니다"라며 "단계적 접근이 불가피하지만 첫 단계부터 북한의 달라진 태도를 이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난 30년간 우리는 상대적으로 쉬운 첫 단계부터 지속가능한 결과를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에 있어 실질적 진전을 보이는 대가로 종전협정을 요구하지 않는 상황에서 종전선언은 시기상조"라며 "일반적인 평화 협정은 전쟁 종식에서 시작해 평화 유지를 위한 구체적 조치들로 넘어가는데, 문재인 정부는 왜 우리가 이 둘을 분리해야 하는지 설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정부는 종전 '선언(decclaration)' 대신 '성명(statement)'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이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라며 "바이든 정부가 양자 사이의 균열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그는 "미국의 확장억제 정책에 대한 한국의 참여 강화 차원에서 전략핵 시스템 배치와 관련해 한미 회담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며 "외교·국방장관 한미 2+2 회담은 물론이고, 외교·경제장관 2+2 회담을 여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한일 관계 회복을 전제로 2+2+2 회담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측은 다만 미국의 대 중국 견제 기조 속에 한미 경제 동맹의 중요성에는 원칙적 공감대를 확인했다.
위 전 대사는 한미 외교·경제장관 회담에 긍정적 입장을 밝혔고, 김 교수는 "미중의 전략적 경쟁 관계 속에 경제가 한층 중요해졌다"며 동맹 강화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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