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연중 최고…12월도 오르겠지만 오미크론이 변수 될수 있어
공업제품·농축산물·외식·집세, 안 오른 게 없다…두달 연속 3%대
오미크론에 유가 상승 주춤·소비심리 위축 시 상승 폭 축소 가능성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김다혜 기자 =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들어 최고치인 3.7%까지 치솟았다.
10월 물가를 3%대로 올려놨던 통신비 지원 기저효과가 사라지면 11월에는 물가 상승률이 둔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물가 상승률은 오히려 더 올라갔다.
석유류를 비롯한 공업제품 가격, 외식비, 집세, 농축수산물 가격 등 모든 품목의 가격이 일제히 상승했기 때문인데 12월에도 이런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 출현의 영향으로 국제유가 상승세가 주춤하는 중이고 국내 소비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어 상승 폭은 일부 축소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11월엔 상승률 축소 기대했는데…상품·개인서비스 다 올라
2일 통계청에 따르면 물가 상승률은 10월에 올해 처음 3%대에 진입했다. 10월 물가 상승률 3.2% 중 0.7%포인트는 지난해 통신비 지원에 따른 일시적 기저효과로 분석됐고, 이 효과가 대부분 사라지는 11월에는 물가 오름폭이 일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11월 물가 상승률은 10월보다 0.5%포인트(p) 오른 3.7%를 기록했다. 연중 최고치이자 9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날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하면서 "11월 소비자물가가 오른 것은 석유류와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외식물가 등 개인서비스가 많이 올랐고 안정세를 보이던 농축수산물도 채소 중심으로 오름세가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통신비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공공서비스 상승률은 10월 5.4%에서 11월 0.6%로 줄었으나 공업제품, 농축수산물, 개인서비스, 집세 등 다른 품목의 상승 폭이 일제히 커지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이 올라간 것이다.
특히 석유류(1.32%p), 개인서비스(0.96%p), 농축수산물(0.64%p)의 기여도를 합치면 2.9%p로 전체 물가 상승률 3.7%의 78.7%에 해당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휘발유, 경유, 자동차용 LPG 등 석유류가 모두 30% 넘게 올랐고 재료비가 오르면서 가공식품도 3.5% 올랐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등으로 소비심리가 확대되면서 피자(6.0%) 등 외식 물가도 많이 오른데다가, 한동안 주춤했던 농축수산물도 기온 하강으로 채소 작황 등이 부진해지면서 7.6% 올라 상승세에 다시 불이 붙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물가 상승률이 3.7%가 나왔다는 것은 전방위적으로 물가 상승세가 매우 거세다는 것"이라며 "유가 상승 등 해외 요인도 있고 유동성을 많이 풀어놨던 것이 특히 영향을 많이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12월에도 상승세 계속되겠지만 폭은 축소될 수도
물가 상승세는 12월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어 심의관은 "국제유가나 곡물·원자재 가격 추이를 볼 때 석유류 등 공업제품 가격의 오름세가 둔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고 개인서비스도 방역체계 전환, 소비심리 회복으로 오름세 지속 가능성이 크다"며 "12월 물가도 상당폭의 오름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전 세계적 물가 오름세 속에 우리 (물가 상승률)는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으로 12월에는 국제유가 상승세 진정, 유류세 인하 효과, 김장 조기 종료 등으로 상승 폭이 둔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지난달 12일 유류세 20% 한시 인하 조치를 단행했다.
현장 판매 가격이 내리는 데는 시차가 있어 11월 물가 상승률에는 유류세 인하 효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지만, 12월에는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재부는 기대하고 있다.
올해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에 김장철이 조금 당겨지면서 11월 채소 등 김장 재료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12월에는 김장철이 마무리돼 관련 품목 상승 압박도 줄어들 것이라고 기재부는 내다봤다.
오미크론 변이도 물가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우선 국제유가 상승세가 오미크론 변이 출현 이후 주춤하고 있다. 11월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해 3월 이후 월간 하락 폭으론 최대인 20.8%나 급락했다.
국내에서도 오미크론 감염 사례가 확인돼 방역 조치 강화나 외출·모임 자제 등으로 연말 소비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 이 경우 다른 경제적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외식 등 개인서비스의 상승세는 꺾일 수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오미크론 변이 영향으로 내려간 국제유가가 시차를 두고 물가를 안정화할 수 있다"며 "유가가 지금처럼 70달러 정도로 유지되면 물가 상승률은 둔화할 여지가 있지만 겨울 한파 등으로 유가가 다시 오를 수 있기에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12월 물가 상승률이 11월보다는 줄어들더라도 정부의 '연간 2% 이내' 관리 목표 달성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11월까지 누적된 전년 대비 물가 상승률은 2.3%다. 12월에 물가 상승률이 1%대로 떨어지지 않는 한 연간 2%대 물가 상승률은 확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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