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앞둔 미중, 기후변화 합의 '깜짝훈풍'…기싸움은 계속
교착된 COP26에 희소식…갈등 지속한 미중간 드문 협력사례
정상회담 긍정 영향줄지 관심…핵심 현안 갈등에 '성과 난망' 관측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갈등 일변도로 치닫던 미국과 중국이 10일(현지시간) 기후변화를 놓고 '깜짝' 합의를 내놓으며 모처럼 협력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양국 정상이 다음 주 화상 정상회담을 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가운데 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국제사회의 시급한 현안 해결에 손을 잡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그러나 양국은 이날도 대만 문제나 미국의 대중 강공책 등을 놓고 장외 신경전을 동시에 벌이는 등 정상회담을 해도 핵심 현안의 간극을 좁히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 중인 미국과 중국 두 나라 대표는 이날 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공동 선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양국이 기후 위기의 심각성과 긴급성을 인식하고 파리기후변화협정의 목표 달성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셰전화(解振華) 중국 기후특사는 중국이 메탄 감축과 관련한 계획도 세울 것이라고 말했고,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는 중국이 내년까지 포괄적이고 야심 찬 계획을 만들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번 COP26 회의는 2015년 파리 회의 이후 각국의 구체적인 이행 전략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였지만, 온실가스 배출 2위인 중국이 소극적 태도를 보여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우려가 컸다.
그런데 COP29 폐막을 며칠 앞둔 이날 중국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며 기후변화를 역점 과제로 삼아온 미국에 협력하는 태도를 취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깜짝 합의는 초강대국 간 교착상태를 뚫어낸 것"이라며 총회가 열리는 영국 글래스고의 분위기를 바꿔놓았다고 평가했다.
이번 합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블룸버그는 양국 정상이 내주 화상으로 회담한다고 전했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정상회담이 잠정적으로 오는 15일로 예정돼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10개월만에 열리는 회담은 양국의 전방위 충돌 속에 어떤 결과물을 낼지가 최대 관심사로 대두된 상황이다.
따라서 이날 기후변화 성명은 일단 양국이 모처럼 협력하는 드문 모습을 보인 것이어서 회담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시 주석은 지난 9일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미중관계 전국위원회 연례 만찬에 보낸 서한에서 "중국은 상호존중과 평화공존, 협력과 '윈윈'의 원칙에 따라 미국과 각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서한에서 "전염병 대유행부터 기후변화 위기 대응까지 미중 관계는 전 지구적 의미가 있다"고 협력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양국의 충돌이 기본적으로 '패권 경쟁' 성격이 강한 데다 경제, 안보, 외교, 인권, 남중국해, 대만 등 타협하기 어려운 숱한 과제가 놓여 있어 협력의 여지가 적다는 전망 역시 강하다.
실제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한 행사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현 상태를 무력으로 일방적으로 변경하려는 행위에 강하게 반대한다"며 중국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시 주석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회의 기조연설에서 아태 지역이 냉전 시대의 긴장 관계로 돌아갈 수 없다면서 이념적인 선 긋기나 '작은 서클' 형성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맹 규합을 통해 중국 협공 전략을 취하는 미국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회담의 목적이 긴장을 안정화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며 "양국이 전 세계의 경제적, 전략적 영향력을 두고 다투는 상황이라 장기 궤적은 충돌로 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jbry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