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후변화대응 출발 늦었지만…좋은 기회될 수 있다"
"기후변화 대응에 고통 따르지만…한국에 기회로 작용할 수도"
고형권 OECD 대사 간담회…"재생에너지 비중 등 지표개선 필요"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사이에서 한국의 기후 변화 대응이 지금까지는 앞서 나간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OECD 한국대표부 고형권 대사가 진단했다.
고 대사는 지난 5일(현지시간) 개최한 간담회에서 재생에너지 비중, 전기자동차 보급과 같은 측면에서 한국의 지표가 좋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선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인 전력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한국은 6.5%로 12%가 넘는 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핀란드에서 지난해 새로 구매한 차량의 절반이 전기차라고 할 정도로 유럽이나 중국에서는 전기차 보급 속도가 빠른 편이지만 한국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하지만 한국이 2015년 탄소배출권거래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 도달을 약속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면서 한국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고 한다.
고 대사는 "한국이 예전에는 '기후 악당'으로 불릴 정도로 대응이 느리다는 따가운 시선이 있었는데 요새는 정부가 여러 정책을 발표하고나서 전반적인 인식이 급속도로 좋아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다 보면 비용과 고통이 따르겠지만 탄소를 적게 쓰는 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회가 우리에게 나쁘게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수소연료전지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눈에 띄는 활약을 하고 있다는 점이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한다고 고 대사는 설명했다.
요새 OECD에서는 '기후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로 OECD는 기후변화를 "우리의 생존과 직결하는 당장의 시급한 현안"으로 다루고 있다고 한다.
총 37개의 위원회와 300여개의 작업반이 기후변화를 주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가장 최근에는 OECD 회원국의 탄소 배출 감축 노력을 평가하는 '기후행동 평가프로그램'(IPAC)을 발족했다.
내년까지 시범운영을 거쳐 2023년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IPAC는 국가 간 지표를 절대적으로 비교하지 않고, 한 나라가 지난해보다 올해 얼마나 더 개선했는지를 상대적으로 평가한다.
평가가 나쁘게 나왔다고 제재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국제사회에서 망신을 당하는 셈이기 때문에 압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는 게 고 대사의 설명이다.
하지만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기후 변화 대응에 적극적인 것은 아니다. 나라마다 위기를 체감하고, 대응을 마련하는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OECD 안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와 같이 강경한 나라에서는 기후변화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경제적인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며 탄소세, 탄소 국경세 도입 등 더욱 적극적인 대응을 주장한다.
반면 경제, 산업과 조화를 이뤄가며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온건한 입장에서는 규제 도입이 무역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오늘날의 기후변화 위기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개발도상국에 선진국과 동일한 잣대로 기후변화 대응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나오는 탄소세, 탄소 국경세 도입 등에 관해서는 OECD 차원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아직은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고 대사는 전했다.
이날 간담회는 영국 글래스고에서 지난달 31일 개막한 제26차 유엔기후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계기로 프랑스 파리에 있는 OECD 한국대표부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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