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나라의 외침…"우린 기후위기 희생자 아니라 투사"
수몰 위기 몰디브 "유럽 이어 중국이 지구 독살 중"
사모아·피지·팔라우 등 COP26서 "모두의 문제" 경고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태평양을 살릴 수 있다면 세계를 구할 수 있습니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1일(현지시간)부터 진행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회의장에서 태평양 섬나라들의 절절한 호소가 울려 퍼졌다.
이들은 기후위기에 책임은 제일 적지만 국가 소멸 위기까지 내몰린 태평양 섬나라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대변되지 않는다는 우려 속에 선진국들의 미온적인 대처를 비판하며 행동에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2일 가디언·BBC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회의장에는 환경 단체 '태평양 기후 전사들' 일원으로 사모아 출신 기후 운동가인 브리아나 프루언이 연설자로 나서 태평양 섬나라들 목소리를 대변했다.
프루언은 "여기서 메시지 두 가지를 전하고자 한다. 첫째, 우리는 기후 위기 희생자가 아니라 투사라는 점이고 둘째, 태평양을 살릴 수 있다면 세계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국 대표단에 실질적인 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프루언은 이후 C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가 섬 수몰로 끝날 문제가 아닌 전 지구를 위협하는 위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이 기후변화는 태평양 섬나라들의 침몰로 끝날 것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라며 "그러나 우리가 처음일 순 있어도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고 경고했다.
COP26에 참석한 수랑겔 휩스 주니어 팔라우 대통령은 "이 회의에 참석한 이들이 더는 얘기만 계속하거나 문제를 뒤로 미루기만 할 순 없음을 깨닫길 바란다"며 즉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세이아 보렝게 바이니마라마 피지 총리는 "우리 주권과 생존이 달려있다"며 "지구의 기온 상승폭 1.5℃ 제한을 지키려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고 호소했다.
모하메드 나시드 몰디브 전 대통령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기후 위기는 섬나라들만의 문제가 아닌 전 지구적인 위기라고 강조했다.
나시드 전 대통령은 작은 섬나라들은 이미 해수면 상승으로 터전을 잃고 있기 때문에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 억제 합의와 관련해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1.5℃가 넘어가면 몰디브는 사라진다"며 "우린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협정에 서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세계 최대 배출국인 중국에 대해서는 "유럽이 과거에 했던 것처럼 지구를 독살하는 것이 자신들의 권리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지금은 화석연료 대체재 등 신기술이 있다"고 꼬집었다.
나시드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마치 작은 슬픈 섬나라들만 영토와 사람을 잃는 것으로 인식이 짜여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과거엔 보통 홍수로 인한 사망 소식은 아시아에서 들었지만 이제 똑같은 뉴스가 유럽에서 흘러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인도양 내 소수 유색인종에게만 해당하는 먼 문제가 아니며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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