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징계 무효 손태승 회장 연임 길 열려…다른 CEO 제재에도 영향(종합)
"'내부통제기준 준수의무' 적용한 건 잘못" 판결
금감원 "판결문 검토 후 항소여부 결정"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김연숙 기자 = 법원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의 책임을 물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에게 내린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취소한다는 1심 판결을 내렸다.
향후 금융지주 회장 연임이 가능해지고 금융권 취업 제한도 벗어날 가능성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됐다.
다만 손 회장은 지난 2월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태와 관련해서도 중징계를 통보받은 바 있어, 라임 사태에 대한 중징계 수위가 최종적으로 낮아질지 여부도 지주회장 연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내부통제 준수 의무 위반'을 금융사 CEO 제재 근거로 삼은 당국의 징계가 무효라는 판결이 나오면서, 손 회장에 대해 라임사태와 관련해 두 번째로 내려진 징계는 물론이고 금융당국으로부터 같은 이유로 징계를 받은 다른 금융사 CEO들의 사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손 회장 중징계 취소로 '금융권 취업제한' 해제…연임 길 열려
손 회장이 DLF 손실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데 불복해 금감원장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하면서 손 회장은 일단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임이 가능해지고 금융권 취업 제한도 받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DLF를 불완전 판매했으며 당시 손태승 우리은행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내부통제를 부실하게 했다고 판단해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 처분을 내렸다. 문책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과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DLF는 금리·환율·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다. 2019년 하반기 세계적으로 채권금리가 급락하면서 미국·영국·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와 이에 투자한 DLF에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이같은 금융당국의 문책경고 중징계에 대해 손 회장은 작년 3월 "'내부통제 미흡'을 이유로 CEO를 징계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징계에 불복하는 소송을 냈고, 이날 징계가 무효라는 1심 판결이 나온 것이다.
우리금융 측은 이날 1심 승소 결과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고 이번 판결을 겸허히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동안 고객 피해 회복이 가장 시급하다는 판단 하에 금감원 분쟁조정안들을 즉각 수용했으며, 대다수 고객 보상을 완료하는 등 신뢰 회복 방안을 성실히 추진했다"며 "앞으로도 철저한 내부 통제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손 회장은 지난 2월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서도 은행장 당시 책임이 있다며 중징계를 통보받은 바 있어, 두 번째 중징계 위기를 벗어나야 연임과 취업제한에 걸림돌이 완전히 사라진다.
손 회장은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사전 통보 받았다가 이후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문책경고' 중징계로 한 단계 징계 수위가 낮아졌고, 금융위 정례회의 의결 절차만 남겨둔 상태였다. 그간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번 판결이 나온 이후 징계 수위를 확정하겠다며 심사를 미뤄왔다.
두 번째로 내려진 중징계가 최종 확정되더라도 손 회장은 기존 임기인 2023년 3월까지 지주 회장직을 수행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는 상황이었으나, 이후 연임 등에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돼 왔다.
◇ '내부통제 미비' 근거 금융사 CEO 제재 줄줄이 영향 받을 듯
재판부는 이날 "금융회사지배구조법(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를 소홀히 했는지는 (금융사 CEO) 제재사유가 아니다"며 "손 회장에 대한 금감원의 중징계 처분 사유 5가지 중 4가지는 금감원이 잘못된 법리를 적용해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의 해석·적용을 그르친 잘못이 있다"고 봤다.
특히 현행법상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이 아닌 '준수 의무' 위반을 이유로 금융회사나 그 임직원에 대해 제재조치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금감원이 법령상 허용된 범위를 벗어나 처분 사유를 구성했기에 징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이 비슷한 근거로 다른 금융사 CEO들에 대해 내린 제재들도 이번 판결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은 작년 3월 DLF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 뿐 아니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전 하나은행장)에 대해서도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등을 근거로 문책경고 중징계를 내렸다.
함 부회장 역시 금감원 제재에 대해 법원에 징계효력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징계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으며 현재 징계 취소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외 하나은행은 9월 초 사모펀드 환매 중단과 관련한 금감원 제재심을 앞두고 있다. 금감원은 라임펀드 등 각종 사모펀드의 불완전 판매 책임을 물어 당시 은행장이던 지성규 하나금융 부회장에게 '문책경고' 중징계를 사전 통보한 상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금융사 지배구조법을 통해 금융사 수장에게 내부통제 책임을 묻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같은 이유로 금감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의 소송이나 라임, 옵티머스 펀드 판매와 관련해 징계를 사전 통보받은 다른 은행, 증권사 CEO들의 징계 수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한금융그룹과 신한은행 역시 라임펀드 판매와 관련해 내부통제에 대한 책임으로 신한금융 조용병 회장이 주의, 신한은행 진옥동 행장이 주의적 경고를 받는 등 나란히 경징계 처분을 받았으며, 현재 금융위원회 제재안 의결이 대기 중이다.
조 회장 역시 금융사 지배구조법 등을 근거로 은행 계열사에 대한 감독·통제 책임을 물어 징계를 받았고, 진 행장도 내부통제 부실이 징계의 주요 근거였던 만큼, 이번 판결이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은 이날 손 회장의 징계 취소소송 1심 패소 판결에 대해 "판결문을 검토한 후 항소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판결문 내용을 자세히 보고, 앞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갈 부분이 없는지 여러 가지를 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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