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필드' 주범 키우 삼판 전 국가주석, 종신형 판결에 항소
2018년 베트남 소수민족 학살 혐의 유죄 판결
변호인 "원심 판결 절차에 하자"…원고 "증거 결정적이고 다양해"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캄보디아 양민 대학살 '킬링필드'의 주범으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키우 삼판(90) 전 국가주석이 항소 절차를 시작했다.
17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캄보디아 전범재판소(ECCC) 최고재판소에서 키우 삼판에 대한 항소심이 열렸다.
키우 삼판은 지난 2018년 11월 반인류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ECCC에서 법정 최고형인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1975∼1979년 크메르루주 정권 시절 캄보디아 내 베트남계 소수 민족을 대상으로 대량학살을 주도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었다.
당시 크메르루즈 정권의 1인자인 폴 포트의 오른팔로 불렸던 2인자 누온 체아 전 공산당 부서기장도 이슬람 소수민족인 참족을 대상으로 대량학살을 저지른 혐의가 인정돼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지난 2019년 사망했다.
이날 재판정에서 키우 삼판의 변호인 콩 삼 온은 초기에 의뢰인에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면서 원심 판결의 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원심 판결은 무효이며 최고재판소 결정을 번복해주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또 심리 마지막날에 키우 삼판이 직접 변론에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법정에 나온 키우 삼판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변호인 뒤에 않아 진행 과정을 경청했다.
이에 원고측은 "키우 삼판은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주장하지만 관련 증거는 결정적이며 다양하다"고 맞섰다.
키우 삼판이 제기한 항소는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항소심 판결은 올해를 넘겨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키우 삼판과 누온 체아는 크메르루주 정권 시절 강제 이주와 반대세력 처형, 학살 등을 저지른 혐의로 2010년 9월 기소돼 2014년 8월 1심에서 모두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를 제기했으나 2016년 11월에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한편 크메르루주 정권에서 굶주림, 고문, 처형, 강제노동 등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170만∼220만명으로 추산된다.
캄보디아 정부의 요청에 의해 구성된 ECCC는 지난 2006년 출범했으나 크메르루주 정권 1인자 폴 포트는 1998년 사망해 법정에 세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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