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위기' 브라질 대통령, 일부 대법관 탄핵 요구로 맞불

입력 2021-08-16 08:23
'탄핵 위기' 브라질 대통령, 일부 대법관 탄핵 요구로 맞불

대법관들 "쿠데타 시도" 반발…상원의장 반대로 대법관 탄핵 절차 개시 어려울 듯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독단적인 국정 행태로 탄핵 공세를 받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연방대법관들에 대한 탄핵을 요구하면서 맞불을 놨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을 통해 루이스 호베르투 바호주 대법관과 알레샨드리 지 모라이스 대법관에 대한 탄핵을 상원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두 대법관이 삼권분립의 원칙을 위배해 행정 행위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바호주 대법관은 전자투표를 둘러싼 논란으로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날카롭게 대립한 인사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자신이 주장한 '전자투표 폐지·투표용지 사용' 개헌안이 하원에서 부결된 뒤에도 바호주 대법관에 대한 공격적 발언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내년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까지 시사했다.

알레샨드리 지 모라이스 대법관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가짜뉴스 유포 행위 조사 대상에 올린 데 이어 지난주에는 연방경찰을 동원해 대통령의 측근인 호베르투 제페르손 전 하원의원을 전격 체포했다,

제페르손 전 의원에게는 SNS를 통해 지속해서 야권 정치인들을 공격하고 민주적 질서를 위협한 혐의가 적용됐다. 그와 비슷한 행태를 보여온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아들들에 대한 체포 가능성도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주장이 상원에서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법관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쿠데타 시도'라고 일축했고, 호드리구 파셰쿠 상원의장은 대법관 탄핵을 위한 절차가 개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정조사 설치를 지지한 파셰쿠 의장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대법관 탄핵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정치권의 반응이다.

한편, 하원에 접수된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 요구서는 130건에 달한다.

대통령 탄핵이 이뤄지려면 하원 전체 의원 513명 가운데 3분의 2(342명) 이상, 상원 전체 의원 81명 중 3분의 2(54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대통령 탄핵 절차를 개시하는 권한은 하원의장이 갖고 있으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현 하원의장은 탄핵 추진 근거가 부족하다며 버티고 있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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