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쿠오모, 탄핵절차 시작에 '줄기소' 위기까지(종합)
주 의회서 이르면 9월말 탄핵심판…4개 지방검찰 잇따라 조사 착수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성추행 파문으로 추락한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지사가 주 의회의 탄핵 절차 개시 움직임과 검찰의 잇단 수사 착수로 더욱 궁지에 몰렸다.
오랜 친구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가족끼리 친한 사이인 낸시 펠로시 연방 하원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마저 이미 등을 돌린 상황이어서 스스로 물러나는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가 11명의 여성에게 성추행 또는 부적절한 행동을 저지른 사실을 확인한 뉴욕주 검찰총장의 보고서가 전날 공개된 이후 뉴욕주 의회의 '탄핵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민주당 주 의원들은 전날 3시간에 걸친 원격 회의를 통해 쿠오모가 더는 주지사직을 수행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WSJ이 보도했다.
그동안 쿠오모 주지사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던 칼 헤스티 뉴욕주 하원의장은 "주지사가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의 신뢰를 잃었고 더는 공직에 있을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 하원 법사위원회는 오는 9일 회의를 열어 그동안 자체 수집한 증거와 주 검찰총장 보고서를 편집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탄핵 조사가 본격화하는 셈이다.
한 소식통은 NYT에 주 하원이 한 달이면 탄핵 조사를 마치고 탄핵소추안을 작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 상원이 이르면 9월 말 또는 10월 초 탄핵 심판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 상원 관계자는 탄핵 심판에서 쿠오모 주지사에게 '유죄'를 선고하기에 충분한 표를 이미 확보했다고 WSJ에 전했다. 뉴욕 주지사가 탄핵으로 해임되는 경우는 1913년 윌리엄 설저 이후 100여년 간 한 번도 없던 일이다.
검찰의 움직임은 쿠오모 주지사를 향한 정치적 압박 강도를 훨씬 더 높이고 있다.
전날 올버니 카운티 지방검찰청이 쿠오모 주지사에 대한 범죄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맨해튼·웨스트체스터·나소 등 3개 지방검찰청이 비슷한 조사에 나섰다.
맨해튼 지검은 쿠오모 주지사가 뉴욕시 사무실에서 경호팀 소속인 주 경찰관과 한 주정부 여직원의 신체를 함부로 만졌다는 의혹에 대해 레티샤 제임스 주 검찰총장에게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웨스트체스터 지검도 이 경찰관을 포함한 여성들이 관내에서 쿠오모 주지사에게 성범죄를 당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제임스 주 검찰총장은 쿠오모 주지사를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나, 이들 지방검찰청이 개별 사건에 대한 조사를 거쳐 그를 형사 기소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유력 언론도 쿠오모 주지사와 민주당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NYT는 '쿠오모 주지사, 당신은 물러나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고,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사설에서 "민주당이 성희롱을 심각하게 여긴다면 탄핵을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며 여론 반전을 모색하고 있지만, 탄핵과 수사 상황에 따라 4선 도전은커녕 중도 사퇴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몰리는 분위기다.
쿠오모 주지사가 사임하거나 탄핵당할 경우 그 자리를 대행할 캐시 호쿨 부지사는 뉴욕주 사상 첫 여성 주지사가 된다.
호쿨 부지사는 전날 성명을 통해 "이번 조사 보고서에는 다수의 여성을 향한 주지사의 역겹고 불법적인 행동들이 담겼다"며 "아무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 주 의회가 지금 다음 조치를 결정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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