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 경쟁…인텔·삼성전자 결단은

입력 2021-07-25 09:56
요동치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 경쟁…인텔·삼성전자 결단은

인텔의 글로벌파운드리 인수 보도에 26일 인텔 설명회 주목

이재용 가석방 가능성 제기…삼성도 반격 나서나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최근 반도체 공급 부족 속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패권 다툼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대만 TSMC의 독주 속에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의 복병으로 부상하며 2위 삼성전자[005930]의 위협 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 정부를 등에 업은 인텔의 공격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달 이재용 부회장의 복귀 가능성이 점쳐지는 삼성전자가 반격에 나설 지 주목된다.



◇ 글로벌파운드리 인수하나…26일 인텔 기술설명회에 쏠리는 눈

지난주 반도체 시장은 인텔이 파운드리 3∼4위 기업인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으로 요동쳤다.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텔이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해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추진하고 있으며, 인수시 300억달러(약34조2천600억원) 규모의 거래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인텔은 앞서 파운드리 사업에 재진출하겠다고 선언하고, 200억달러(22조6천6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2개의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그런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 확대를 위한 지름길로 인수합병(M&A)를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장이 긴장했다.

반도체 업계는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할 경우 파운드리 시장이 TSMC와 삼성전자, 인텔 등 '3강 체제'로 재편되면서 TSMC 추격에도 벅찬 삼성전자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인텔의 글로벌파운드리 인수의 성공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일단 톰 콜필드 글로벌파운드리 최고경영자(CEO)는 19일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파운드리가 인텔의 인수합병 대상이라는 보도는 추측"이라며 인텔과의 인수 협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면서 내년 기업공개(IPO) 계획에 변함이 없으며, 반도체 공급 부족에 대응해 10억달러를 들여 뉴욕 공장을 증설하겠다고 발표했다.콜필드 CEO는 글로벌파운드리의 대주주인 무바달라 인베스트먼트가 인텔과 협상을 벌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들은 회사를 (매각보다) 유지하는 데 관심이 클 것"이라며 가능성을 낮게 봤다.

로이터는 글로벌 파운드리의 주고객이 AMD 등 인텔의 경쟁사인 점 때문에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2008년 AMD가 반도체 생산 사업을 분리하면서 설립된 회사로 태생부터 AMD와 관련이 깊다.

미국 증권가에선 인수 자금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WSJ 조사에 따르면 인텔의 현금성 자산은 238억달러(약 27조4천억원)로 글로벌파운드리 예상 인수대금보다 작다.

애리조나 등에 대규모 투자를 앞둔 인텔이 거금을 들여 M&A까지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는 이유다.

인텔 펫 겔싱어 CEO는 지난 22일 2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글로벌 파운드리 인수 여부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현시점에서 인수합병(M&A)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배제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반도체 업계의 이목은 26일 인텔의 기술설명회로 쏠리고 있다. 인텔이 새로운 공정과 중장기 사업 전략에 대해 발표하면서 파운드리 인수합병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업계는 미국 정부를 등에 업은 인텔이 어떤 방법으로든 파운드리 사업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본다.

한 반도체 전문가는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 대주주측과 구체적인 협상까진 아니어도 인수 타진에 들어간 것은 사실이 아니겠느냐"며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강화는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미국 정부의 요구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 이재용 부회장 내달 가석방 가능성…삼성전자, 반격 나설까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8·15 가석방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그간 침묵하던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설 지 주목된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내달 복귀한다면 그간 미뤄뒀던 투자계획 등 삼성의 의사 결정이 빨라질 것으로 본다.

가장 먼저 20조원 규모의 미국 제2 파운드리 공장 건설 투자계획이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후보지는 현재 텍사스주 오스틴이 유력한 가운데 막바지 인센티브 협상이 진행중이다.

삼성전자는 오스틴과의 협상 결렬에 대비해 텍사스주 테일러와 뉴욕·애리조나도 후보군으로 놓고 있다.

업계는 "삼성 입장에서 수익이 보장되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수익이 떨어지는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는 대규모 투자에 책임과 리스크가 따르는 것이어서 총수 결단 없이는 추진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결국 이 부회장이 최종 사인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운드리 또는 시스템 반도체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합병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연초 삼성전자가 독일의 차량용 반도체 생산 기업인 NXP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최근에는 삼성측의 적극 부인에도 불구하고 파운드리 부문 분사설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TSMC를 따라잡아야 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는 인텔보다 오히려 삼성전자에 더 필요한 카드일지도 모른다"며 "이 부회장이 복귀한다면 2019년 발표한 '비전 2030' 수준의 중장기 전략이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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