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두 대통령' 1조원 금 분쟁, 영국 대법원서 곧 결론

입력 2021-07-20 04:29
베네수엘라 '두 대통령' 1조원 금 분쟁, 영국 대법원서 곧 결론

영란은행 금 접근권 놓고 공방…영 정부 "베네수 대통령은 과이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영란은행이 보관 중인 10억달러(약 1조1천500억원) 상당의 금을 놓고 베네수엘라 '두 대통령'이 영국에서 벌이는 법정 공방이 곧 결론이 날 예정이다.

영국 대법원은 19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이 영란은행에 맡긴 금을 둘러싼 소송과 관련해 4일간의 심리를 시작했다고 AFP·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법원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야권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임시 대통령' 가운데 누가 이 금에 접근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게 된다. 사실상 둘 중 누구를 베네수엘라의 지도자로 볼 지 영국 법원이 가리게 되는 셈이다.

1년을 넘긴 법정 공방의 뿌리는 지난 2018년 베네수엘라 대선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대선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후 야권은 부정 선거라고 거세게 반발했고 미국, 영국 등 서구 국가들도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시 영국 외교장관이던 보리스 존슨 총리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경제적 고삐를 조여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제재 위기감을 느낀 마두로 정권은 영란은행에 금 인출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2018년 말 런던까지 날아간 베네수엘라 중앙은행 총재에게 영란은행은 '권한 문제'가 있어 인출을 허가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듬해 1월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당시 국회의장이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고 나서자 영국은 미국 등과 더불어 과이도를 베네수엘라 수반으로 인정했다. 과이도는 내각은 물론 중앙은행 이사회도 자체적으로 구성했다.

공식적으로 영국 정부가 과이도를 베네수엘라 정상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영란은행 역시 마두로 정권하에 있는 중앙은행의 금 인출 요구에 더욱 응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마두로 대통령은 금 인출이 거부되자 지난해 영국에서 소송에 나섰다. 베네수엘라를 실제로 통치하고 있는 것은 자신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금을 찾겠다고 주장했다.

마두로 정부의 금 처분을 막으려는 과이도 측은 영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대통령인 자신에게 금 접근권이 있다고 맞섰다.

지난해 7월 영국 1심 법원은 "영국 정부는 과이도를 헌법상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마두로는 금을 인출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지난 10월 항소법원은 영국 정부가 과이도를 인정하는 것이 다소 '모호'하다며 판결을 뒤집었고, 결국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이번 재판을 앞두고 영국 외교부는 전날 대법원에 낸 성명에서 "영국 정부는 누구를 외국의 합법 지도자로 인정할지 결정할 권리가 있다"며 "영국은 과이도를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 인정한다"고 과이도에 다시 힘을 실어줬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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