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SK이노 배터리 사업, 분할시 가치 재평가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SK이노베이션[096770]의 배터리 사업 분사 방침 발표에 대해 2일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배터리 사업 재평가의 계기가 되리라는 긍정적인 전망 쪽에 무게를 실었다.
다만 분할로 SK이노베이션이 지주회사가 될 경우 주가 할인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앞서 전날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중장기 전략 발표 행사에서 "배터리 사업 성장을 위해 상당히 많은 자원이 들어가는데, 재원 조달 방안의 하나로 분할을 검토하고 있다"며 "물적분할 방식이 될지, 인적분할이 될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배터리 사업 분할이 이뤄진다면 SK이노베이션은 순수 지주회사 형태로 전환된다"며 "나스닥 상장이나 국내 동시 상장도 옵션으로 놓고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화투자증권은 "분할을 계기로 배터리 사업부가 재평가될 것"이라며 이 회사 목표주가를 종전 29만원에서 34만원으로 높이고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전우제 연구원은 "매우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배터리 분할 및 중간지주사 전환 우려로 부진할 수 있겠지만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 회사 주가가 이미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 가능성과 지주사 개념으로 억눌려왔던데다가 배터리 사업도 저평가돼 있다며, 최근 생산용량 및 수주잔고 확대를 반영해 배터리 사업부의 추정 가치를 종전 4조1천억원에서 27조3천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또 LG화학은 배터리 분사 발표 직후 1주 동안 주가가 18%가량 내렸지만 3개월 후 68% 상승했으며,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도 기업가치가 분할 전 2조~4조원 수준에서 상장 후 13조원으로 크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분할이 배터리 사업 가치 재평가의 기회라는 긍정적 측면과 상장시 지분 희석 및 지주사 주가 할인 가능성이라는 부정적 측면을 모두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SK이노베이션 주가에 반영된 배터리 사업의 가치는 5조원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CATL(218조원), LG화학(60조원), 삼성SDI(50조원) 등 경쟁사들의 시가총액을 고려하면 기업가치 재평가(리레이팅)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해외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성장 자회사의 물적분할·상장에 의한 자금 회수 방식은 자회사 지분가치 할인평가의 주요 원인"이라며 "최근 유사한 분할 사례가 이어지며 주식시장에 피로감으로 작용함에 따라 이번 소식은 단기적으로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LG화학 시총에 반영된 배터리 사업 가치가 40조~45조원으로 추정되는데 (SK이노베이션의) 수주잔고가 유사한 점을 고려하면 현 주가에 반영된 배터리 사업 가치 5조원은 물적분할 및 상장 가능성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 전망을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현대차증권은 "지주회사 성격이 강해진다면 일정 부분 할인(디스카운트)이 불가피하다"며 투자의견을 종전 '매수'에서 '중립'(Marketperform)으로, 목표주가를 31만원에서 29만원으로 각각 낮췄다.
강동진 연구원은 "배터리 사업 가치를 상향조정했지만 분할 가능성에 따른 30% 할인을 반영했다"며 "향후 물적분할이 결정되면 경쟁사와 마찬가지로 50%까지 할인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SK이노베이션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과 같은 26만9천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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