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아시아계 10대, 상당한 정신 건강 문제 직면"
(오클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 뉴질랜드의 많은 아시아계 10대 청소년들이 상당한 정도의 정신 건강 문제를 안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9일 뉴질랜드 언론 등에 따르면 오클랜드대학 등 뉴질랜드 4개 대학 연구팀은 청소년 건강 복지 조사 프로젝트의 하나로 지난 2019년 고등학생 등 10대 청소년 7천7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스19' 조사 보고서에서 많은 수의 아시아계 청소년들이 정신 건강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자 7천700여 명 중 아시아계는 25% 선인 1천900여 명이었다.
조사에서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계 청소년들의 29%는 상당한 정도의 우울증 증상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는 다른 아시아 지역 출신이나 유럽계보다 4~6% 정도 더 높은 수치다.
동아시아계 10대 남학생들 가운데 22%는 조사 시점 직전 12개월 동안 극단적 선택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다고 했고 여학생은 그 비율이 26%에 달했다.
이는 다른 그룹과 비교할 때 3~5% 정도 높은 것이다.
인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스리랑카 등 남아시아계 청소년들의 15%는 부모들이 먹고사는 데 들어가는 돈 걱정을 할 만큼 빈곤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에서는 또 아시아계 청소년들이 차별과 정신적 고통을 경험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계 청소년들의 25%는 인종적 이유로 교사로부터 불공정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유럽계 등 백인 청소년 중 그런 대우를 받았다고 밝힌 비율은 14%였다.
또 아시아계 청소년의 5%는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의료진으로부터 불공정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인종적 이유나 종교적 이유로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한 경우도 10%에 달했다.
백인 청소년들의 3%보다 월등히 높았다.
연구팀은 그러나 아시아계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긍정적인 마음을 가진 경우가 90%로 백인 학생들의 85%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아시아계 학생들이 교사로부터 보살핌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비율도 85%로 백인 학생들의 80%보다 높았다.
연구팀을 이끌었던 오클랜드대학 로시니 페이리스-존 박사는 조사 결과가 해답보다는 질문을 더 많이 던져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계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 문제 수치가 높게 나타난 이유가 명백하지는 않지만 조사 대상자들이 차별과 함께 체면 유지에 대한 압박감을 느꼈다고 보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시아계 청소년들이 인종적인 이유로 교사로부터 불공정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을 거론하면서 "과거 연구를 통해 인종주의와 차별이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아시아인들 사이에서는 정신 건강 문제를 불명예스럽게 생각하는 경향도 있어 도움을 받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런데도 아시아계 청소년들이 다른 인종 그룹보다 학교 졸업 후 계획을 세워놓고 있을 가능성이 더 크고 학교에 대한 소속감도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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