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억짜리 복권도 효과없어"…미, 백신 접종 '정체'
전 FDA 국장 "가을 델타 변이 유행 가능성…대책 나와야"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미국의 주마다 경쟁적으로 도입한 각종 인센티브가 '반짝' 효과에 그쳤다는 보도가 나왔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0일(현지시간) 백신 접종자에게 100만 달러(한화 약 11억 원) 복권을 주겠다고 처음으로 내세운 오하이오를 비롯해 유사한 보상을 내건 주에서 백신 접종세가 뚜렷하게 둔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어윈 레들러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와 관련, "인센티브가 효과가 없는 것"이라며 "도넛이든, 차든, 복권이든 사람들의 마음을 사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독립기념일인 내달 4일까지 성인 백신 접종률 70%를 달성하겠다고 단언한 상황에서, 목표치에 느리게 근접하고 있기는 하지만 인도발 델타 바이러스 우려까지 겹쳐 상황은 불안하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실제 미국에서 최근 일평균 코로나19 발병수는 대략 1만5천 건으로, 백신 접종이 급물살을 탔던 지난봄 뚜렷하게 하락한 이후 정체 상태다.
일평균 백신 접종자수도 지난 4월 200만 명 직전에서 정점을 찍은 뒤 최근엔 36만 명으로 연간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다.
게다가 최근 백신 접종자의 상당수는 지난달부터 대상에 포함된 12~15세 청소년이 대부분이어서, 성인을 대상으로 내세운 대마초나 술, 현금 등의 인센티브의 효과에 더욱 의문이 제기된다고 폴리티코는 주장했다.
주별 백신 추이를 보면 '반짝' 효과는 한층 뚜렷하다.
처음으로 복권 당첨금을 내건 오하이오의 경우 지난 5월 첫 대책 발표 직후 열흘 동안 백신 접종이 상승, 접종률 40%를 찍었지만 이후 4주 뒤에는 하루 백신 접종자수가 인센티브를 내걸 당시보다 더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역시 100만 달러 복권을 보상으로 내건 오리건주의 경우 상대적으로 백신 접종을 망설이는 보수층이 밀집한 동부 지역에서 일부 접종 상승을 보였지만 전체적인 하락세를 반전하진 못했다.
뉴욕주는 복권 발표 직후 첫 백신을 접종한 성인의 숫자가 전주 대비 10% 가까이 상승했지만, 이후에는 오히려 접종자 수가 그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이 같은 정책의 목표가 백신 접종률 자체를 끌어올리기보다 장기적으로 백신 접종률 감소를 둔화하는 데 있는 만큼 일정한 효과를 거둔 것이라고 해설하기도 했다.
애쉬비 몽크 스탠퍼드대 연구원은 "접종률이 상승한다면 좋겠지만, 이 같은 프로그램의 목표는 하락세를 늦추고 그 폭을 줄이는 데 있다"고 말했다.
한편 스콧 고틀립 전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이날 미 CBS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 미국의 백신 접종률이 75% 수준에 머문다면 올가을 델타 변이 바이러스 유행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특히 백신 접종률이 낮은 "미시시피, 앨라배마, 미주리 등에서 이미 델타 변이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며 집단 면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학교가 개학하고 재택근무가 종료하는 가을까지 백신 접종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새로운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kyungh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