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결과 뒤집자' 압박에 법무부 "순전히 미친짓" 퇴짜
작년 대선 뒤 불복행보 담은 이메일 공개
관리들, 선거사기 수사 요구에 '얘기하기 싫다' 일축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임기 말에 대선결과를 번복하려고 법무부을 끌어들이려다가 단호하게 퇴짜를 맞은 사실이 확인됐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하원 정부개혁감시위원회는 작년 11월 미국 대선이 끝난 뒤 올해 1월 정권교체 때까지 트럼프 진영이 펼친 대선결과 불복전이 담긴 문건들을 공개했다.
한 이메일에 따르면 마크 메도스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은 법무부 관리들에게 대선결과가 이탈리아에서 조작됐으며 미국 중앙정보국(CIA)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수사해달라고 요청했다.
메도스는 올해 1월 1일 제프리 로젠 당시 법무장관 대행에게 그 낭설을 담은 유튜브 링크를 보냈고 로젠은 이를 당시 법무부 부장관 대행이던 리처드 도너휴에게 전달했다.
도너휴는 이를 본 뒤에 "순전히 미친 짓"이라는 평가가 담긴 답장을 보냈다.
하원이 공개한 문건에는 법무부가 선거사기 주장을 수사하도록 해달라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로젠을 압박한 정황도 담겼다.
작년 12월 14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법무부 부장관이던 로젠에게 미시간주 북부에서 발생한 선거사기의 증거가 담긴 문건이라며 보좌관을 통해 이메일을 보냈다.
같은 달 29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윌리엄 바 법무장관의 사퇴로 장관 대행이 된 로젠과 법무부 소속 변호사들에게 미국 연방 대법원에 제출하라며 소장 초안을 보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 조지아, 미시간, 위스콘신, 애리조나, 네바다, 펜실베이니아 등 경합주가 우편투표를 늘리도록 선거절차를 바꾼 게 불법이라는 주장이 소장의 골자였다.
로젠과 법무부는 소장 제출을 비롯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요구를 모두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와 법무부 관리들이 부정선거와 관련한 회의를 개최하도록 조율해달라는 메도스 전 실장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줄리아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결과 불복소송을 총괄 지휘하는 등 부정선거 주장에서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다.
로젠은 올해 1월 1일 법무부 관리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단호히 거절했다"고 썼다.
그는 "줄리아니나 그가 주장하는 목격자 그 누구에게도 특별대우를 하지 않을 것이며 이 건과 관련해 줄리아니에게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소송 공세를 펼쳤으나 선거사기 의혹은 하나도 입증되지 않은 채 모두 패소했다.
그는 대통령 당선인을 인증하는 올해 1월 6일 상·하원 합동회의 직전에 지지자들에 대선결과 불복과 부정선거 척결을 외쳤다.
흥분한 지지자들이 회의가 열린 워싱턴DC 연방 의사당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란 혐의로 탄핵심판을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소속된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 무죄 평결을 받았고, 조 바이든 당선인은 예정대로 올해 1월 20일 백악관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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