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 난민 신원을 왜 그들에게"…유엔난민기구 '도마'
휴먼라이츠워치 "유엔난민기구가 방글라-미얀마에 정보제공"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유엔난민기구가 로힝야족 난민들의 개인정보를 사전 동의 없이 방글라데시 정부에 제공해 결국 미얀마 정부의 손에 넘어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6일 AF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유엔난민기구(UNHCR)가 로힝야족 난민 80만명 이상의 신원정보를 동의 없이 방글라데시 정부에 제공해 더 큰 위험에 노출했다"고 전날 성명을 냈다.
로힝야족 70여만 명은 2017년 8월 말 미얀마 라카인주(州)에서 미얀마군에 쫓겨 방글라데시 국경을 넘어 현지 난민촌에 모여 있다.
이 과정에서 미얀마 정부군은 로힝야족 수천 명을 살해했다.
콕스바자르 등 방글라데시 난민촌의 로힝야족은 100만명 안팎으로 늘었다.
유엔난민기구는 로힝야족 난민의 개인정보를 등록시켜 방글라데시 정부로부터 필수 구호품과 서비스를 지원받기 위한 신분증을 발급받도록 했다.
문제는 방글라데시 정부가 이렇게 수집한 난민들의 사진, 지문, 개인정보를 미얀마 정부와 송환 협의에 사용했다는 점이라고 휴먼라이츠워치는 밝혔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최소 83만명의 로힝야족 난민 이름과 개인정보를 미얀마 정부에 넘겨 송환 적격성 평가를 받았고, 미얀마 정부는 약 4만2천명의 귀국을 허용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작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콕스바자르 난민촌의 로힝야족 난민 24명을 상대로 유엔난민기구를 통해 개인정보를 등록한 상황에 대해 인터뷰했다.
24명 가운데 23명은 "원조를 받기 위해 신분증(스마트 카드)을 발급받아야 한다고 유엔난민기구 직원으로부터 설명을 들었을 뿐, 내 정보를 미얀마에 넘기거나 송환 자격 평가에 쓴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나머지 1명은 "정보제공 서류에 '미얀마와 정보를 제공하는 데 동의하냐'는 질문이 영어로 적혀 있어서 '네'라고 체크했다"고 말했다.
이들 24명 가운데 영어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은 '네'라고 답한 1명을 포함해 3명밖에 없다고 휴먼라이츠워치는 강조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난민들은 개인정보를 미얀마 정부에 제공했을 때 미얀마에 남아있는 가족 등이 처할 위험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더구나 2월 1일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발생해 군부가 정권을 잡은 상황이다.
유엔난민기구는 "자료 수집의 모든 목적을 설명하고 동의를 얻었으며 어떠한 위법행위나 정책 위반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휴먼라이츠워치는 "난민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정보를 제공했다는 근거가 명확하다"며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유엔난민기구는 면밀히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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