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시신 직접 파묻는 아이들…인도 코로나로 고아 수천명
부모 잃은 어린이 최소 1천700여명…인신매매·아동착취 기승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인도 비하르주 작은 마을에 사는 14살 소년 니티쉬 쿠마르는 한달여 전 그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5월 7일 코로나19로 숨진 어머니의 시신을 집 뒷마당에 직접 묻은 날이기 때문이다.
장례 비용을 보태줄 친척이나 이웃이 나타나지 않았고, 그는 결국 16살 누나, 12살 여동생과 함께 어머니를 묻을 땅을 파야 했다.
아버지는 이미 코로나로 숨져 세상에 없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4월부터 인도를 덮친 코로나19 2차 확산으로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어린이가 최소 1천742명에 달하는 것으로 인도 국가아동권리보호위원회는 집계했다.
부모 중 한명을 잃은 어린이는 7천464명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통계에 잡히는 코로나 사망자가 실제보다 적은 점을 감안하면 부모를 잃은 어린이도 현실에서는 훨씬 많을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인도에서는 얼마전 6살 쌍둥이가 코로나로 엄마가 숨진 줄도 모르고 곁에서 잠들어 있다가 뒤늦게 발견되는 비극적 사건도 있었다.
이런 아이들은 당장 생계 위협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인신매매의 덫에 걸릴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이중 위기에 놓였다고 아동보호 단체들은 지적한다.
한 단체 관계자는 "이런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상황에서는 고아가 된 아이들이 인신매매 조직이 노리는 가장 취약한 먹잇감이 된다"면서 "특히 저소득층, 하위계층일수록 덫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버스 정류장, 기차역에서 인신매매 조직이 활개치고 있다고 보고 감시 활동에 나섰다고 이 단체는 덧붙였다.
또 아기를 입양하려는 것처럼 위장해 가짜 신문 광고나 소셜미디어 게시글을 올리는 일당도 득실거리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인도 당국은 일단 정부 운영 쉼터로 아이들을 데려오는 동시에 인신매매, 불법 입양 등의 감시에 나섰다.
그럼에도 수많은 아이들은 사각지대에 방치된 채 하루하루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비하르주에 사는 12살 소년은 지난달 부모가 나란히 코로나로 숨진 뒤 당장 8살 남동생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할 가장이 됐다.
그는 악명이 높은 아동 착취 공장에서 일하다 가까스로 구조됐는데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제발로 공장으로 돌아갔다.
그는 "살기 위해서는 이것밖에 길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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