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코파아메리카 개최하면 코로나 3차 확산 시간문제"

입력 2021-06-02 02:06
"브라질, 코파아메리카 개최하면 코로나 3차 확산 시간문제"

보건 전문가·정치권 비판 고조…대법원 판결로 개최 여부 가려질수도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에서 2021 코파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대회)를 개최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확산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보건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이후 브라질에서 대규모 검사가 이뤄지지 못한 데다 백신 접종이 늦어지고 변이 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코파아메리카를 개최하면 3차 확산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1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대회 규모를 최소화하더라도 남미 10개국 선수들이 수도 브라질리아와 북동부 지역 경기장에서 예선을 치러야 하며 남미축구연맹(CONMEBOL)은 결승전에 일정 수준의 관중 입장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 전문가들은 이미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는 3차 확산 조짐이 더 빨라질 것이며, 3차 확산은 전염성이 더 강하고 치명적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파울루 의과대학의 도밍구스 아우비스 교수는 "역학적 관점에서 볼 때 코파아메리카는 다른 행사와 마찬가지로 젊은층을 포함해 더 많은 환자를 발생시킬 것이 분명하다"면서 브라질이 실제로 지난달 중순부터 3차 확산 단계에 접어들었고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카니발 축제가 코로나19 확산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는 점을 들어 코파아메리카 개최에 반대하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2월 15일부터 시작해 3월 초까지 축제 분위기가 이어진 카니발 이후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뒤늦게 '카니발 책임론'이 제기됐고 올해는 카니발 축제가 모두 취소돼 조명 행사 등으로 대체됐다.

남미축구연맹(CONMEBOL)은 전날 2021 코파 아메리카가 브라질에서 열린다고 발표하면서 대회 개최를 위해 문을 열어준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브라질축구협회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대회 기간은 6월 13일부터 7월 10일까지이며, 남미 10개국이 2개 조로 나뉘어 예선전을 치른다.

대회는 애초 콜롬비아와 아르헨티나가 공동 개최하려다 반정부 시위와 코로나19 확산 탓에 개최지가 변경됐다.



남미축구연맹의 발표가 나온 뒤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의 코로나19 부실 대응을 따지는 상원 코로나19 국정조사위원회에서는 '국민을 조롱하는 짓' '광기 어린 행동' 등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국정조사위는 브라질축구협회 회장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어서 코파아메리카 개최 문제는 정치권의 공방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야권은 코파아메리카 개최를 막기 위해 연방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브라질축구협회가 물러서지 않으면 대회 개최 여부가 대법원의 판결로 가려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fidelis21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