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로 기운 美연방대법원, 성소수자 판결 앞둬 촉각

입력 2021-06-01 15:55
보수로 기운 美연방대법원, 성소수자 판결 앞둬 촉각

동성커플 문제 두고 천주교와 필라델피아시 소송 곧 판결

트럼프 때 보수우위로…대법원 향후 입장 '가늠자'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보수 쪽으로 기운 미국 연방대법원이 앞으로 성소수자 문제에 어떤 입장을 견지할지 가늠할 판결이 곧 나온다.

천주교 필라델피아교구 운영 위탁양육기관 '카톨릭소셜서비스'(CSS)가 필라델피아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판결이 6월 중 나올 전망이라고 CNBC방송 등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18년 3월 필라델피아시는 시와 계약한 민간위탁양육기관 2곳이 동성커플을 위탁부모로 받아주지 않는 점을 확인하고 아동위탁을 중단한다.

다른 민간위탁양육기간은 시의 요구를 받아들여 동성커플을 위탁부모로 지정하기로 했지만 CSS는 이를 거부하고 소송을 냈다.

CSS는 하급심에서 모두 패소한 뒤 연방대법원에 상고했고 대법원은 작년 2월 상고를 받아들인다.

종교적 믿음에 반하는 결혼관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시가 운영하는 시스템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것이 CSS 측의 주장이다.

이번 소송 판결이 주목되는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 때 보수가 우위를 확보한 연방대법원이 성소수자 문제에 어떤 입장을 가졌는지 처음 드러내는 판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연방대법원 재판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명한 3명을 포함해 공화당이 지명한 6명과 민주당 쪽이 지명한 3명으로 구성돼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작년 9월 '진보의 아이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사망하자 후임으로 보수색이 강한 에이미 코니 배럿 당시 제7연방 고법판사를 지명해 연방대법원을 보수 우위로 재편했다.

대선을 불과 두 달 앞둔 상황에서 대법관 지명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CNBC에 따르면 작년 11월 변론 때 대법관들은 필라델피아시보다는 CSS 주장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명한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필라델피아시 입장이 '전제주의적'이고 '극단적'이라고 말하면서 법원이 종교 신자들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소수자 쪽은 이번 판결이 사회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성소수자 노인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활동을 하는 마르케스 리첸슨 변호사는 "(연방대법원 판결은) 위탁양육을 넘어 심각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리첸슨 변호사는 사회복지서비스 상당수를 정부와 계약한 민간기관이 제공한다고 지적하면서 CSS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나오면 "정부서비스에 의존하는 취약계층에 대한 차별을 허용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법률전문가들은 연방대법원이 한쪽 손을 확실히 들어주는 판결보다는 '미묘한 뉘앙스가 있는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또 예상 밖 판결을 내놓는 때도 종종 있다고 설명한다.

CNBC는 지난해 연방대법원이 직장에서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해고하거나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내놨을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명한 보수 성향 닐 고서치 대법관이 주심이었다고 지적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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