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변덕…'비트코인 온실가스' 왜 뒷북 쳤을까(종합)

입력 2021-05-13 15:38
수정 2021-05-13 15:56
머스크의 변덕…'비트코인 온실가스' 왜 뒷북 쳤을까(종합)

테슬라 결제중단 이유로 '전력 과소비' 제시

중국서 채굴 늘며 탄소배출 급증우려 커져

"네덜란드·스웨덴 등 연간 전력소비량과 맞먹는 수준"

일부 진짜이유 의심…'그린코인' 태동하나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장재은 기자 =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12일(현지시간) 비트코인에 대한 입장을 돌연 바꿨다.

비트코인 채굴에 들어가는 전력이 많아 화석연료 사용이 급격히 증가한다며 테슬라 차량의 결제수단으로 비트코인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비트코인의 과도한 전력소비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상화폐 채굴은 가상화폐 거래가 이뤄지도록 막대한 컴퓨터 자원을 활용해 복잡한 연산을 수행하고 대가로 가상화폐를 받는 행위다.

이를 광산에서 금 같은 귀금속을 캐는 행위에 빗대 '채굴'이라고 하는데 이에 소모되는 전력은 웬만한 국가의 소비량과 맞먹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안금융센터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매년 110TWh(테라와트시) 정도의 전력을 소비한다.

이는 전 세계 전력 생산량의 0.55%로, 스웨덴이나 말레이시아의 연간 전력 소비량과 비슷하다.



비트코인은 최근 가격이 치솟고 채굴량이 크게 늘면서 전력 소비량도 덩달아 급증했다.

금융업체 시티그룹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에 소비되는 전력량은 2015년 말보다 66배나 늘어났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금 같은 추세라면 비트코인 채굴의 연간 전력소비가 네덜란드가 2019년에 사용한 총 전력량을 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진단은 값싼 화석연료 사용의 증가와 지구온난화 촉진 우려로 직결된다.

통화거래 업체 오안다의 애널리스트 에드워드 모야는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채굴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전체 가상화폐 시장에 최대의 문제였다"며 "최근 2개월 동안 비트코인이 노르웨이, 아르헨티나보다 많은 전력을 사용한다는 소식을 모두 간과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머스크가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비트코인과 도지코인 등 가상화폐를 띄우면서 가상화폐의 전력소비 문제를 간과해왔다는 점이다.



한발 더 나아가 머스크는 가상화폐 채굴이 에너지의 친환경화를 유도한다는 입장을 시사하기도 했다.

잭 도시 트위터 CEO는 지난달 22일 "비트코인이 재생에너지 발전을 장려한다"는 내용의 트윗을 올리자 머스크는 "진짜 그렇다"고 트윗으로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가상화폐 채굴이 석탄 발전을 늘리고 있다는 반박이 쏟아졌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이미 지난 3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의 에너지 소비 문제를 지적하면서 비트코인이 인기를 끌수록 '탄소발자국'이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게이츠의 주장은 중국의 사례에서 뒷받침된다.

케임브리지대 대안금융센터에 따르면 전 세계 비트코인의 채굴의 70% 정도가 중국에서 이뤄진다.

중국 채굴업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화석연료 대신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할 유인이 없다.

이들 업자는 여름철 비가 자주 올 때 수력발전에 기대다가 나머지 기간에는 화석연료, 그 중에서도 특히 석탄발전에 의존한다.

실제로 중국에서 비트코인 채굴에 들어가는 전력의 40% 정도가 석탄 발전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산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과학 저널 네이처에 실린 연구 결과를 인용해 가상화폐 채굴에 들어가는 에너지 때문에 중국의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가 달성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난달 전망하기도 했다.



미국 컨설팅 업체 로디움그룹이 지난 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27%에 달했다. 1990년의 3배 이상 수준으로 늘었다.

비트코인 채굴에 들어가는 전력 소비의 증가가 온실가스 배출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 당국이 2060년 탄소중립 실현과 발맞춰 가상화폐 채굴광산을 전면 폐쇄하기로 했다는 현지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머스크가 비트코인의 환경문제를 우려한 것은 뒷북이라며 실제 이유가 다른 데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기도 한다.

뉴사우스웨일스대의 금융전문가인 마크 험프리-제너 교수는 "비트코인을 둘러싼 환경 문제가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받기 전부터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테슬라 경영진의 급작스러운 결정이 더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이날 비트코인 채굴이 좀 더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투입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경우 결제 수단으로 다시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에 수반되는 "에너지의 1% 이하를 사용하는 다른 가상 화폐"를 대안으로 찾고 있다고 말했으나 실질적인 대안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다만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가상화폐의 채굴지를 추적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그린코인'을 찾아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lkbin@yna.co.kr, jangje@yna.co.kr

머스크 "테슬라, 비트코인 결제중단"…비트코인 15% 급락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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