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에 정제마진 회복세…정유업계 실적 개선 기대감 UP
작년 최악 성적표…연초 자연 재해·백신·유가 상승 연이어 회복 요인
정유사 1분기 흑자전환 전망…"단기 요인보다 수요가 받쳐줘야"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최근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정제마진이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지난해 유가 하락과 코로나19 충격으로 사상 최악의 실적 부진을 기록한 정유업계가 실적 개선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지난 4일 소폭의 증산만을 허용하기로 한 뒤 국제 유가가 반등하기 시작했다.
지난 7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원유 저장 탱크가 예멘 반군의 드론 공격을 받으면서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유가 상승세를 키웠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3대 유종 중 하나인 브렌트유 가격은 전날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섰다.
5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은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 장 초반 배럴당 71.38달러까지 올라 지난해 1월 8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한국으로 수입하는 원유의 기준인 두바이유 역시 5일 기준 가격이 배럴당 66.37달러로, 전날보다 3달러 이상 급등했다.
지난해 유가 하락, 정제마진 약세,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부진 등 겹악재로 최악의 한 해를 보낸 정유업계가 1분기에 흑자전환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초 들어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업황이 회복세에 접어든 가운데 일본 지진과 미국 한파 등 자연재해에 이어 유가 급등까지 연이어 업계에는 호재가 되고 있어서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저유가일 때 사들였던 원유 비축분의 가치가 상승하며 정유사들이 재고평가이익을 볼 수 있다.
코로나19 회복으로 석유 제품 수요가 커지는데, 자연재해로 정유공장 가동에 차질이 빚어지며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점 역시 정유사들에는 기회 요인이다.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 역시 개선됐다. 지난해 정제마진은 1달러대 또는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정유사들은 사실상 밑지는 장사를 해야 했지만, 2월 말 2.8달러까지 치솟았다.
전날 기준 2.3달러로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실적 상승 요인을 바탕으로 정유 4사가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096770]은 1분기 영업이익 약 60억원, 에쓰오일은 1천7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룹과 함께 실적을 발표하는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흑자전환이 관측되고 있다.
다만 유가 상승으로 인한 실적 개선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자연재해로 차질을 빚었던 정유시설이 복구되면 공급 부족 현상이 해소되는 데다, 급격한 가격 변동은 향후 하락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 유가 상승과 실적 회복세는 일시적·단기적 요인에 기대 있다"며 "오히려 급격한 가격 상승은 장기적 수요 회복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수요와 정제마진이 안정적으로 회복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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