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심뇌혈관 위험 혈압 경계선 남성보다 낮아"
혈압 같아도 여성이 남성보다 질환 위험 높아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심뇌혈관 질환 위험이 증가하기 시작하는 혈압의 경계선은 여성이 남성보다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세다스-시나이(Cedars-Sinai) 메디컬센터 건강 노화연구소(Institute for Research on Healthy Aging) 소장 수전 청 박사 연구팀은 심뇌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는 최고(수축기) 혈압의 경계선이 여성은 110mmHg로 남성의 120mmHg보다 10mmHg 낮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메디컬 뉴스 투데이가 26일 보도했다.
현재 성인의 수축기 혈압은 남녀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120mmHg 이하가 정상이다.
연구팀은 성인 2만7천542명(이 중 여성은 1만4천873명)의 혈압과 심뇌혈관 질환 발생률을 40년에 걸쳐 비교 분석했다.
연구 시작 때 심뇌혈관 질환이 있던 사람은 한 명도 없었지만, 연구 기간에 7천424명(이 중 44%가 여성)이 치명적 또는 비치명적 심뇌혈관 질환에 걸렸다. 심근경색 3천405명, 심부전 4천81명, 뇌졸중 1천901명 등이다.
분석 결과 남성은 심뇌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지는 혈압의 경계선이 120mmHg이었다.
그러나 여성은 이보다 낮은 110mmHg부터 심뇌혈관 질환 위험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환 종류별로는 뇌졸중 위험 경계 혈압이 여성은 120~129mmHg로 남성의 140~149mmHg보다 상당히 낮았다.
심부전은 여성이 110~120mmHg, 남성이 120~129mmHg였다.
심뇌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지기 시작하는 혈압 경계선은 질환 종류와 무관하게 여성이 남성보다 낮았다.
백인, 흑인 등 인종을 구분하고 혈압약을 복용하는 사람을 제외해 봤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이는 고혈압의 경계선을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이 여성 건강에는 해로울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작년에 진행한 선행 연구에서 여성은 혈압이 상승하는 속도가 남성보다 빠르고 혈압 상승이 더 이른 나이에 시작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모든 결과는 남녀의 혈관이 해부학적, 생리학적으로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실제로 여성은 남성보다 동맥 혈관의 직경이 짧다.
결국 연령이 같고 혈압이 같아도 여성이 남성보다 심뇌혈관 질환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혈압의 정상 기준이 여성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으며, 따라서 성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혈압 지침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미국의 2대 심장건강 전문 학회인 심장협회(AHA: American Heart Association)와 심장학회(ACC: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는 2017년 고혈압의 기준을 최고 혈압 140mmHg에서 130mmHg으로 대폭 낮춘 새로운 고혈압 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은 최고 혈압을 기준으로 120mmHg 이하를 정상 혈압, 120~129mmHg를 고혈압 전단계(prehypertension), 130~139mmHg를 1단계 고혈압, 140mmHg 이상을 2단계 고혈압으로 각각 제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심장협회(AHA: American Heart Association) 학술지 '순환'(Circulation) 최신호에 실렸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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