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 백신 거부한 이란에 러시아산 백신 첫 공급
초도물량 50만회분…이달중 2차·3차 공급분 도착 예정
팔레스타인에도 러시아 백신 초도물량 1만회분 인도돼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국과 영국 등 서방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거부해온 이란에 러시아산 백신이 처음으로 공급됐다.
이란 관영 IRNA 통신은 4일(현지시간) 러시아산 스푸트니크Ⅴ 백신 1차 공급물량 50만회분이 이날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공항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어 카젬 잘랄리 러시아주재 이란대사를 인용해 2차 및 3차 공급분이 각각 이달 18일과 28에 공급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최악의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서방의 백신을 거부해온 이란은 본격적인 접종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지난달 미국과 영국을 신뢰할 수 없다면서 이들 국가에서 제조된 코로나19 백신 사용을 금지했다.
이란은 중동에서도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컸던 나라 가운데 하나다. 지금까지 140만 명 이상이 코로나19에 걸렸고 이 가운데 5천8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
시마 사닷 라리 이란 보건부 장관은 이날 자국의 현재 상황이 매우 "민감하고 취약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란은 러시아산 이외에 백신 공동구매를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이하 코백스)를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확보했다.
사이드 나마키 이란 보건부 장관은 전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420만 회분을 공급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키아누시 자한푸르 보건부 대변인은 이날 AFP통신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러시아, 인도, 한국 등에서 생산된다. 이란은 이 제품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란은 이 밖에도 보건부 차관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을 다음주 러시아에 파견한다고 주러시아 이란 대사가 밝혔다.
대표단에는 백신 생산 업체들도 포함됐다.
한편, 팔레스타인에도 이날 러시아산 백신 초도물량이 도착했다.
마이 알카이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보건장관은 팔레스타인 라디오에 이날 1만회 분량의 스푸트니크Ⅴ 백신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날 공급된 물량은 이스라엘로 운송된 뒤 PA 행정수도 라말라로 옮겨졌다.
인구 310만명의 요르단강 서안에서는 그동안 10만1천500여명의 확진자가 나왔으며 사망자는 1천276명이 보고됐다. 인구 200만인 가자지구의 누적 확진자는 5만2천명, 사망자는 527명으로 알려졌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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