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타결에 車업계 올해 임단협 마무리…르노삼성만 해 넘겨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권희원 기자 = 기아차[000270]의 올해 임금·단체협상 잠정합의안이 타결되면서 르노삼성차를 제외한 완성차업계가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3개월간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르노삼성차 노사는 내년 1월에 본교섭을 재개할 예정이어서 새해에도 당분간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는 이날 노사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한 결과 임금(58.6%)과 단협(55.8%) 모두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했다.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동결과 경영 성과금 150% 지급, 코로나 특별 격려금 12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15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이 담겼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의 임금 동결이다.
최대 쟁점이었던 '잔업 30분 복원'은 현대차[005380]와 동일한 잔업 25분 수준에서 사실상 복원됐고, 정년 연장의 경우 기존의 베테랑 프로그램을 확대 개편해 정년 퇴직자가 퇴직 후에도 회사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했다.
기아차 노사는 오는 30일 소하리공장에서 임단협 조인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에 앞서 한국GM은 5개월에 걸친 노사 갈등 끝에 지난 21일 임단협 합의서에 서명하며 교섭을 마무리 지었다.
한국GM 노사는 7월22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총 26차례 교섭을 가졌으며, 지난 10일 성과급 400만원과 생산 투자·내수 판매 향상 계획 등을 담은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당초 지난달 25일 도출한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되자 추가 교섭을 통해 격려금 즉시 일괄 지급 등의 내용을 추가해 마련한 두 번째 잠정합의안이다.
업계의 맏형 현대차는 일찌감치 지난 9월 말 올해 임금협상을 타결했다. 작년에 이은 2년 연속 무분규 타결로, 노사 합의안에는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150%, 코로나 위기 극복 격려금 120만원, 우리사주(주식) 10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이 포함됐다.
현대차의 임금 동결은 11년 만으로, 1998년 외환위기와 2009년 세계 금융위기에 이은 역대 3번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와 4차 산업혁명 등 산업 환경 변화 속에 고용 안정과 여론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난을 겪는 쌍용차[003620] 노사는 이에 앞선 지난 4월 임단협을 마무리 지었다. 경영 정상화와 고용 안정을 위해 안정적인 노사 관계가 중요하다는 데 노사가 인식을 같이한 결과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차가 바로 합의했고 기아차도 11년 만에 기본급을 동결하기로 하는 등 올해는 작년과 비교해 임단협이 무난하게 지나갔다"고 평가했다.
다만 르노삼성차는 국내 완성차 5개 사 중 유일하게 연내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해를 넘기게 됐다.
르노삼성차는 지난 22일 노조에 내년 1월 첫 주에 경영 현황 설명회를 포함한 본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르노삼성차의 올해 임단협은 지난 9월 6차 실무교섭 이후 교착된 상태다.
이에 르노삼성 노조는 교섭 재개에 앞서 이른 시일 내에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10월 16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쟁의 조정 중지 결정에 따라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투표에서 파업 찬성표를 과반 획득하면 이를 카드로 사측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강경파인 박종규 노조위원장은 지난달 연임에 성공한 이후 사측의 정비지점 매각 추진에 반발하고 나서는 등 강경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이에 따라 교섭이 재개되더라도 당분간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르노삼성차를 제외한 완성차 업계의 올해 임단협이 사실상 마무리되긴 했지만, 코로나 위기 속에 부분파업 등으로 인한 손실도 적지 않았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달 25일부터 4주간 부분 파업을 벌여왔다. 기아차 노조의 파업은 2011년 이후 9년 연속으로, 이번 부분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4만7천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의 경우 교섭 과정에서 노조가 총 15일간의 부분파업을 벌이며 2만5천여대의 생산 손실이 발생했고 수출 물량 공급 차질과 판매량 감소 등의 피해를 봤다.
이 과정에서 한국GM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던 철수설도 재차 제기됐다. 미국 GM 본사에서는 한국 시장 철수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강한 경고를 보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에서 일부 노조가 협력하지 않고 파업 등 쟁의 행위를 하며 소집단 이기주의를 보인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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