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1층에 화장품은 옛말…카페·식당으로 '선수교체'

입력 2020-11-26 08:37
백화점 1층에 화장품은 옛말…카페·식당으로 '선수교체'

고객 접근성 제고·체류시간 확대 포석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백화점의 얼굴인 1층 매장이 바뀌고 있다. 과거 꼭대기 층에 있던 식당이나 카페 등이 유명 화장품과 명품 매장이 있던 1층을 채우고 있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영등포점을 리뉴얼하면서 화장품 매장을 1층에서 3층으로 옮겼다.

다음 달 다시 문을 여는 영등포점 1층의 기존 화장품 매장 자리에는 식당, 카페, 베이커리, 의류 편집숍, 소규모 서점 등이 들어선다.

롯데백화점은 노원점 1층에도 내년 초 카페나 식당 입점을 추진 중이다. 젊은 층이 많이 찾는 한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입점 대상으로 거론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시설을 넣어 백화점 접근성을 높이고 체류 시간을 늘리려는 것"이라며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젊은 층의 발길을 이끌려는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월 미아점 후문 출입구 쪽에 있던 패션브랜드를 다른 층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오픈형 레스토랑과 카페를 열었다.

주변에 새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고객을 겨냥해 백화점에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변화를 준 것이다.

현대백화점 천호점에는 2018년 7월 1층 정문 바로 옆에 이탈리안 캐주얼 레스토랑과 커피전문점이 들어왔다. 이 식당과 커피숍이 차지하는 면적은 1층 전체의 8분의 1에 해당하는 300㎡(약 90평)에 이른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일반 매장이 있을 때보다 커피숍이 있으면 고객들이 더 쉽게 안에 들어간다"며 "소비자들이 백화점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 백화점 지하에 있는 식품매장이 1층으로 올라온 사례도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6월 영등포점을 타임스퀘어점으로 이름을 바꾸고 대대적인 리뉴얼 작업을 하면서 2개 동 가운데 한 곳을 통째로 리빙관으로 만들고, 리빙관 1층에 식품전문관을 배치했다.

백화점 안에 들어서자마자 과일과 야채가 한눈에 들어온다.

다른 층에는 '아파트' 콘셉트를 적용해 2층은 주방용품, 3층은 가전, 4층은 침실·욕실용품, 5~6층은 거실용품·가구를 배치했다.



이런 변화는 아직 명동이나 압구정 같은 중심 상권보다는 주변 지역에 있거나 젊은 고객 비중이 높은 백화점 위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점차 흐르면 이런 공식 허물기가 대세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예전에는 패션 매장 가운데 식당이 있으면 음식 냄새가 난다고 기피했지만, 이제는 여성복 매장 옆에 식당 여러 개가 있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소위 핵심 상권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지난해 7월 리뉴얼 공사를 하면서 4층에 리빙관을 넣었다. 공사 전에는 40여개의 여성 패션 브랜드가 입점했던 자리다. 여성 패션은 5층으로 올라갔다.

소비자들의 리빙 상품 수요가 날이 갈수록 늘자 '여성·남성패션은 리빙보다 낮은 층에 배치한다'는 공식을 깬 것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1층은 화장품과 명품, 2층은 여성복이라는 공식은 과거 일본의 백화점 문화를 답습한 것"이라며 "이런 공식이 국내에서 불문율처럼 이어지다 보니 고객들은 백화점이 천편일률적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백화점으로선 새로운 경험 제공이 중요하기 때문에 핵심 상권에서도 이런 시도가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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