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속 G20 정상회의…"백신에 공평한 접근 중요"(종합)
아랍국가 사우디 주최로 화상회의…미 트럼프 대통령도 참석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2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G20 정상회의는 '모두를 위한 21세기 기회 실현'을 주제로 22일까지 이틀간 열리며 코로나19 때문에 화상으로 개최됐다.
G20 의장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이 회의를 주재했다.
2008년 시작된 G20 정상들의 정기적인 회의를 아랍국가가 주최하기는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회원국 정상들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대선 패배 이후 백악관에서 칩거하다가 2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화상 정상회의에 이어 G20 회의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1999년 창설된 G20의 회원국들은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 세계 경제 생산의 약 80%를 각각 차지한다.
이번 회의의 최대 관심사는 지구촌을 강타한 코로나19 사태에 맞서기 위한 국제 협력이다.
국제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1일 오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5천800만명을 넘었고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138만여명을 기록했다.
미국과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의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 미국 제약사 모더나 등이 최근 코로나19 백신의 임상시험 효과를 잇따라 발표한 상황에서 G20 정상들은 백신의 공평한 접근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서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을 위해 백신 및 치료제의 공평한 보급이 중요하다며 한국도 개발도상국에 대한 백신 보급에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살만 사우디 국왕은 개회사에서 "우리는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치료 및 진단 도구에서 이뤄진 진전에 낙관적"이라며 "우리는 모든 사람이 이런 것들에 알맞은 가격으로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존슨 영국 총리도 "영국은 어떤 백신이라도 전 세계가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며 "G20이 집단으로 나서서 그 노력을 지지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는 효능 있고 안전한 백신에 모두가 접근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이번 정상회의의 핵심 결정안을 지지한다"며 러시아가 개발한코로나19 백신을 필요한 국가들에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또 시진핑 중국 주석은 "각국이 백신 개발과 연구, 생산, 분배의 각 과정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내년 G20 의장국인 이탈리아의 주세페 콘테 총리는 G20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세계가 새롭고 더 나은 일상을 만들 수 있도록 발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 여성과 청소년이 품위 있게 살고 일하는 조건 창출 ▲ 식량, 물 안보, 기후 등과 관련한 지구 보존 노력 ▲ 혁신과 기술 발전의 이점을 공유하기 위한 전략 채택 등도 논의된다.
아랍권에서 유일한 G20 회원국인 사우디는 이번 회의를 개최함으로써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를 기대한다.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의 산업 구조를 다변화함으로써 탈(脫)석유 시대를 준비하고 여성의 권리 증진과 사회 참여 확대를 축으로 하는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의를 앞두고 사우디의 인권 문제가 다시 국제사회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휴먼라이츠워치(HRW) 등 국제인권단체들은 최근 G20 국가들을 향해 사우디가 불법적으로 수감 중인 활동가들을 풀어주도록 압박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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